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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및 미국이 남북 철도 공동조사에 대한 대북제재 면제 결정을 내린 직후인 26일 북한은 노동당 기관지를 통해 “미국은 핵문제가 조미관계 개선의 걸림돌인 것처럼 운운하지만 그것이 풀려도 인권 문제를 물고 늘어질 것”이라고 먼저 인권문제를 수면 위로 올렸다.
미국이 연일 대북 유화책을 꺼내놓은 이후에 나온 반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미국은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남북 철도 공동조사 사업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곧바로 이에 대한 면제를 결정했다. 이에 앞서서는 국방부가 내년 3~4월께에나 열리는 독수리훈련(FE)의 축소 카드까지 꺼내면서 북한 설득에 나섰다.
그러나 북한은 노동신문에 ‘인권 타령에 비낀 미국의 추악한 속내를 해부한다’는 제하의 기사를 실어 “연이어 새로운 부대조건들을 내들며 우리 체제를 저들의 요구대로 바꿀 것을 강박할 것”이라며 “공화국의 영상을 흐리게 해 저들의 제재 압박 책동을 합리화하고 조미(북미) 협상에서 우리의 양보를 받아내며 나아가서 반공화국 체제 전복 흉계를 실현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핵화 문제에 진전이 있어도, 추후 협상 국면에서 북미간에 인권문제가 거론될 것임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5일 유엔은 북한의 인권침해 중단과 개선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표결 없이 컨센서스(전원동의)로 통과시켰다. 물론 이날 노동신문 보도는 개인 명의의 논평이었다는 점에서 다소 수위 조절에 나선 것으로도 예상된다. 그러나 잇딴 미국의 유화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11월말로 점쳐지던 북미 고위급 회담의 시점도 다시 오리무중이 됐다. 더욱이 한반도 문제는 남북미가 함께 풀어가야한다는 점에서 남북 교류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청와대 역시 이 같은 기류와 관련,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시점을 내년초로 연기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청와대는 그간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겠다는 의사를 여러차례 보인바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북미 2차 정상회담 전이 좋을지, 후가 좋을지 어떤 것이 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는데 효과적일지 여러 가지 생각과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답방 카드를 교착 상태의 북미 대화를 풀어낼 마중물 역할로 활용할 것인지,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 한단계 높은 차원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용도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심이 읽힌다. 김 대변인은 북미 고위급 회담의 시점에 대해서는 “가급적 빨리 열리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