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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한남동 외인부지 개발사업(이하 나인원 한남)에 발목을 잡혔던 대신에프앤아이(A)가 다시 회사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고분양가 논란에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신용등급 강등의 아픔을 겪었지만 임대 전환으로 불확실성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불안요소가 적지 않은 만큼 등급 재상향은 요원한 상태로 사업 추이 등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신에프앤아이는 지난 10일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당초 예정했던 발행금액은 2년물 400억원, 3년물 400억원이었는데 각각 200억원, 500억원 등 총 700억원을 증액한 수준이다. 앞서 1일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회사는 총 2380억원의 유효수요를 끌어 모으며 2.98대 1의 경쟁률로 오버부킹(초과청약)에 성공했다. 공급을 웃도는 수요가 몰리면서 회사채 발행 물량도 대폭 늘린 것이다. 수요예측 참여자들이 제시한 희망금리도 대부분 최대 33bp(1bp=0.01%) 낮게 제시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불과 10개월 전인 지난해 10월에만 해도 대신에프앤아이는 회사채 시장에서 소외됐던 종목이다. 당시 만기 2년의 1000억원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참여수량은 80억원에 그쳤다. 나인원 한남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등급전망(아웃룩)이 ‘부정적’으로 부여되는 등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높아졌던 탓이다. 하지만 신용등급이 ‘A’로 한단계 내려간 후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외려 더 많은 투자자를 유치한 것이다.
회사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나인원 한남의 분양가 승인이 지연되자 임대 후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후 지난달초 실시한 청약에서 평균 5.53대 1의 경쟁률로 흥행에 성공했다. 현재 임대 계약률은 90%가 넘는다. 이를 통해 들어오게 되는 임대 보증금은 약 1조3000억원 규모다. 당초 목표했던 분양가의 80%선으로 당장 수익을 기대하기는 힘들겠지만 앞으로 2~3년간 현재 신용등급을 유지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한 증권사 크레딧 투자 담당자는 “임대를 진행하면서 보증금이 주기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사업비 충당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선 것”이라며 “계약서상 집값이 20% 이상 떨어질 때 입주자가 부담하게 된 것도 리스크 방어 차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풀이했다.
다만 단기 우려가 완화된 것일 뿐 재무안정성 개선이나 신용등급 상향 같은 긍정적인 상황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크레딧 업계의 지배적인 평가다. 우선 2024년 분양 전환이 이뤄지기 전까지 영업수익은 제한적인 반면 임대주택 감가상각비와 제세금공과 부담으로 영업적자를 시현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본업인 부실채권(NPL) 사업의 경우 수년간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나타내고 있지만 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회사의 총자산순이익률은 2014년 3.1%에서 올해 3월말 1.5%까지 하락했다. NPL 투자 규모 확대와 나인원 한남 사업 진행으로 3월말 기준 차입 부채(별도 기준)는 1조8000억원이 넘는다. 특히 만기 1년 이내 단기성 차입금이 93.7%에 달한다. 당분간 실적·재무 불안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안나영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현재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는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기보다는 2~3년간 사업 진행에 대한 불안이 경감된 차원”이라며 “실제 사업성과는 2024년은 돼야 나오기 때문에 그때 반영될 매출 규모와 NPL 사업의 안정적 수익 창출력을 꾸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