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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이 RP 발행으로 마련한 단기 자금으로 콜옵션 행사를 결정한 것은 그만큼 시장 안정 노력이 긴급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당초 흥국생명은 3억 달러(외화)와 1000억원(원화)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콜옵션 자금을 충당하려 했으나 신규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수요를 맞추지 못해 지난 1일 콜옵션을 연기를 결정했다.
하지만 해외에서 발행한 국내 금융사들의 채권 가격이 급락하는 등 시장 불안이 커지자 레고랜드 사태에 이은 ‘흥국 사태’라는 말까지 나왔다. 내년 8월 조기 상환일이 도래하는 신한금융의 신종자본증권 가격은 일주일 새 약 9%, 내년 10월 상환일을 맞는 우리은행 신종자본증권은 11% 하락했다. 만기가 2025년 9월인 동양생명 신종자본증권은 37% 급락했다.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역시 28% 떨어졌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흥국생명 사태로 한국 보험사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흥국생명이 콜옵션 미행사를 결정한 것에 당국 개입이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질의에 “시장에서 발행시점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에 대한 기대가 있는 점과 흥국생명 측의 자금여력도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예정된 콜옵션 행사일(9일)까지 시간이 남았고 흥국생명 측에서 행사를 다시 결정할 수 있으니 지켜보자는 의미였던 셈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현재 당사의 수익성 및 자금유동성, 재무건전성 등은 양호하다”며 “향후 추가적인 자본확충을 통해 자본안전성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사의 기존 결정으로 야기된 금융시장 혼란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앞으로도 시장 안정과 고객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