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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휘는 가계..식비·교통비·주거비만 월 100만원(종합)

최훈길 기자I 2018.05.30 16:46:22

통계청, 2017년 가계동향조사 지출 발표
월평균 256만원 지출..교통비 1순위 부담
지출도 양극화..하위 115만원-상위 433만원
저소득층, 100만원 미만 벌어 111만원 지출
기름값, 임대료, 장바구니 물가에 부담 커
근려장려금 지원 확대 검토..빠르면 6월 발표

꽉 막히는 고속도로 모습.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김형욱 기자] 지난해 식료품 등 식비, 교통비, 주거비 지출만 가구당 월 100만원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은 지출 규모가 소득을 역전해 적자 상태였다. 소득은 큰 폭으로 늘지 않는데 기름값, 임대료, 장바구니 물가만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지출도 양극화..하위 20% 115만원 Vs 상위 20% 433만원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가계동향조사(지출부문) 결과’에 따르면 전국 가구의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55만7000원으로 나타났다. 항목별로 보면 교통(14.4%), 식료품·비주류음료(14.1%), 음식·숙박(13.9%), 주거·수도·광열(11.1%) 순으로 지출 비중이 높았다. 세금,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이자 비용 등 비소비 지출까지 포함하면 실제 지출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통비는 36만9100원, 식료품·비주류음료비는 36만300원, 음식(외식비)·숙박비는 35만4200원, 주거·수도·광열비는 28만3000원, 통신비는 13만7800원이었다.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교통비, 식료품·비주류음료비, 주거·수도·광열비를 더하면 월 101만24000원에 달했다. 전년도(2016년 4분기 기준)에는 각각 31만2300원, 35만8200원, 25만9800원으로 총 93만3000원이었다.

식비, 교통비, 주거비가 높다 보니 저소득층은 버는 것보다 지출이 많았다. 월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의 월 지출은 110만7000원이었다.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는 전체 1952만 가구 중 355만(18.2%) 가구다. 월 소득 100만~200만원 미만 가구의 월 지출은 164만7300원이었다. 월 소득 200만원 미만 대다수가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에 속한다.

지출 규모도 양극화가 뚜렷했다. 1분위 가구는 월 평균 114만6000원을 지출했다. 반면 5분위(소득 상위 20%)는 433만1900원을 지출해 4배 가량 차이가 났다. 1분위는 식료품·비주류 음료(월평균 23만2600원)에, 5분위는 자동차 구입비·연료비 등 교통비(71만7800원)에 각각 가장 많은 지출을 했다. 저소득층은 장바구니 물가에, 고소득층은 유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늘어나는 1인 가구의 경우 월평균 소비지출이 137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주거·수도·광열비가 24만8900원으로 가장 많았고 △음식·숙박비(22만7900원) △교통(17만6600원) △식료품·비주류음료(17만4500원) 순이었다. 1인 가구 연령별로는 60세 이상(평균 73.0세) 비중(31.4%)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지출 규모를 보면 60대 이상은 87만3500원에 불과해 지출 규모가 가장 큰 30대(176만80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근로장려금 지원 확대 검토..빠르면 내달 발표

김정란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조사 대상을 농어촌 가구까지 늘리고 조사 대상·방식을 달리했기 때문에 시계열로 전년도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1분위, 1인 가구의 소득·지출 실태를 눈여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층 등 1분위 가구의 지출이 소득을 뛰어넘을 정도로 생계난이 심각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앞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참석자들은 1분위 소득 성장을 위한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1분위 소득을 올리는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1분위 소득을 높이려면 결국 정부 재정이 필요하다”며 “이미 추경(추가경정예산안) 카드를 썼기 때문에 EITC(근로장려금) 지원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EITC는 저소득 또는 자영업 등 근로빈곤층 가구를 지원하는 근로연계형 소득지원제도다. 기재부는 연구용역이 마무리되면 내달까지 최저임금 제도를 EITC와 연계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해당 내용은 빠르면 6월 말께로 예정된 ‘2018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될 수 있다.

전국의 월 소비지출 비중을 조사한 결과 교통비, 식료품비, 주거비 등의 지출 비중이 컸다. 2017년 가계동향조사(지출부문) 전국가구 기준. 단위=만원.[출처=통계청]
월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의 월 지출은 110만7000원으로, 버는 것보다 지출이 더 많았다. 2016년 연간 경상소득을 기준으로 한 2017년 가계동향조사(지출 부문) 전국가구 기준. 단위=만원.[출처=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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