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1분기 실적 또 역대급…2분기 기대 보다 우려 왜

이지현 기자I 2022.05.18 19:11:17

한국거래소 등 상장사 실적 발표
코스피 660조원 코스닥 4.28조원
2분기 환율 전쟁 中봉쇄 변수 여전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상장사들의 지난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전 세계 대유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순이익은 전년동기보다 줄었다. 많이 팔았지만 손에 쥐는 돈은 더 줄었다는 의미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봉쇄가 이어지고 있어 2분기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코스피 상장사 매출액 전년比 128兆↑

18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발표한 ‘유가증권(코스피)시장 1분기 결산실적’에 따르면 연결재무제표를 제출한 12월 결산 상장법인 608개사(12월 결산법인 679개사 중 사업보고서 제출유예·감사의견 비적정 등 상장사 71개사 제외)의 지난 1분기 매출액은 660조91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18%(128조6923억원)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0조51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43%(6조3698억원) 늘었다. 이는 역대 2번째 규모다. 사상 최대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7~9월) 53조1155억원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1분기 실적이 최대수준에 가까운 건 맞지만, 이번 분기 분석대상 기업이 전 분기대비 13개사 늘었다는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분석대상 기업은 지난해 1분기 593개사, 2분기 587개사, 3분기 586개사, 4분기 595개사 등이었다. 올해는 시총 2위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이 상장하며 대상기업이 600개사가 넘었다. 하지만 LG엔솔 외에 몸집이 큰 기업이 거의 없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기업수 확대로 인한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의 증가 효과는 미미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영업이익과 달리 지난 1분기 순이익은 13.79%(6조6701억원) 줄어든 41조6910억원을 기록했다. 유가증권상장사 매출액의 11.77%를 차지하는 삼성전자(005930)를 제외하더라도 영업이익은 늘었으나 순이익은 감소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했을 때 유가증권 상장사의 매출액은 24.91%(116조2993억원) 증가한 583조132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4.29%(1조6313억원) 늘어난 36조3891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26.33%(10조8530억원) 감소한 30조3665억원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들의 실적도 좋았다. 한국거래소와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연결기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1050사의 영업이익은 4조28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0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62조7668억원으로 20.89% 늘었고, 순이익은 3조3277억원으로 2.87% 증가했다.

코로나19로 눌렸던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며 내수시장이 회복하기 시작했고 중소 수출기업들에 물류 호황까지 더해져 호실적을 기록한 기업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업들이 남기는 이윤은 줄고 있는 양상이다. 인건비가 상승한 데다 연말·연초 지급하는 상여금 효과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연결 기준 매출액영업이익률은 8.25%에서 7.64%로 하락했고, 매출액순이익률은 9.12%에서 6.31%로 떨어졌다. 지난해만 해도 1000원어치를 팔면 91원이나 주머니에 남았는데, 이번엔 63원만 남았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매출액순이익률이 8.83%에서 5.21%로 내려갔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상장사들은 1000원어치를 팔면 단 52원만 주머니에 남겼다는 뜻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순이익 감소의 경우 지금까지 장사를 잘했는데, 다른데 비용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기업들이 선전한 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 2분기 전망도 맑음…고환율·원자재값 변수 산적

이제 관건은 앞으로다. 실적 상승세가 2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란 기대를 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145개사(컨센서스 추정기관수 3곳 이상)의 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3분기 영업이익은 63조7414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들 상장사의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이 59조2512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보다 7.58%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기업의 1개월 전에 집계했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60조8270억원이었다. 3개월 전에 집계했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보다 2.87% 늘었다. 3분기 영업이익(141개사)도 52조2112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4.76% 늘 것으로 예측했다. 2분기 악재가 여전한 가운데도 실적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것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분기에도 실적이 잘 나올 수 있지만 문제는 높아진 환율과 원자재값 급등, 금융비용 등이 될 것”이라며 “매출에서 원자재 비용이 나가고 영업이익에서 금융비용을 제외해야 한다. 앞으로의 실적에 대해 눈높이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업종에 따라 기업규모에 따라 성적이 엇갈릴 수 있을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순이익 11조3246억원)와 HMM(011200)(3조3137억원), SK(034730)(3조 12억원) 등은 깜짝 실적을 기록했지만, 한국전력(015760)(-5조9259억원)과 한국조선해양(009540)(-2931억원), 현대중공업(329180)(-1759억원)은 적자 전환했다. 대우조선해양(042660)(-4917억원)은 적자를 지속 중이다. 이같은 상황이 2분기도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부터 인플레이션 영향이 본격 반영될텐데 어떻게 방어해나갈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은 15조277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시총 2위 LG에너지솔루션은 2614억원의 영업이익이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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