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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을 끝내기 위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미국 측 협상 대표단이 사흘간의 협상을 마치고 9일 귀국길에 올랐다. 테드 매키니 농무부 무역 및 외국 농산물 담당 차관은 출국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어떤 협의가 이뤄졌는지는 언급을 피했지만 “우리에게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美中 무역전쟁 조기종결 이해관계 맞아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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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회담인데다가 차관급의 ‘실무회의’라 굵직굵직한 사안들이 타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지난 7일 류허 중국 부총리가 깜짝 등장한 데 이어 협상기간을 9일 하루 더 연장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8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과의 대화가 잘 되고 있다”며 기대감을 북돋았다.
당초 기대를 뛰어넘어 우호적인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배경에는 미·중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8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뉴욕 증시가 하락하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2020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주가지수 움직임을 자신의 업적에 대한 평가 척도로 간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불확실성을 확대하는 미·중 무역갈등을 해소해 주가 반등을 노린다는 설명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으로 급속히 경제가 둔화하고 있는 중국은 더욱 마음이 급하다. 실제 협상 기간 중 중국 정부는 미국을 포함한 외국 회사들의 유전자 조작(GMO) 농산물 수입을 허용하며 화해의 제스쳐를 보냈다.
세계 최대 농산물 수입국인 중국은 GMO 농산물 수입에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것에 반해, 최대 수출국인 미국은 중국의 규제 완화를 촉구해왔다. 이에 앞서 중국 국유기업들은 미국 수출업자들과 최소 18만톤(t)에서 최대 90만t에 달하는 미국산 대두를 수입하겠다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양측 대표단은 복수의 매우 복잡한 사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이 가운데 중국의 추가 미국산 상품과 서비스 구매 문제, 중국 시장 개방 문제 등과 관련해 어느 정도 이견을 줄인 상태”라고 보도했다. 더 나아가 양측은 중국의 약속을 향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화하는 이른바 ‘이행 보장’ 작업도 진행했다고 WSJ은 덧붙였다.
◇‘매파’ 라이트하이저 등판 ‘막판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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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이후 ‘나 몰라라’한 중국의 과거 행태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지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약속한 시장개방ㆍ공정무역 등을 이행하지 않았던 모습을 미국 측은 기억하고 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미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합의 내용을 준수하는 과정에서 늘 문제가 일어났다는 건 역사가 보여준다”고 했다.
마지막 관문은 이달 중 예정된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류 부총리 간 마지막 ‘워싱턴 담판 회동’이다. 지난 7월 온건파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대신 협상단 대표로 나선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보호무역 전사’로 불릴 정도로 대중 강경파 중 강경파로 불린다. 한 외교 소식통은 “막판 담판 회동에서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더 무리한 요구를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매체인 차이나데일리는 이날 ‘합의 정신이 무역 합의의 열쇠’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중국은 무역분쟁을 끝내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계속 나타냈다”면서도 “비합리적인 양보로 무역분쟁을 해결하는 방안은 추구하지 않는다는 입장 역시 분명히 밝혀왔다”고 강조했다.
차이나데일리는 이어 “모든 사안에는 주고 받기(give and take)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중국이 무역 전쟁 종식을 위해 미국에 상당한 수준의 양보를 할 수는 있지만 굴욕적인 협상 결과가 나왔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의 ‘체면’을 살려줄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