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만 차지 공무원, 책상 빼!”…트럼프 '딥스테이트' 정조준

방성훈 기자I 2025.01.09 17:30:00

[트럼프 행정명령④]
바이든 철폐한 '스케줄F' 행정명령 재서명 예고
철밥통 공무원 대량 해고 및 부처 통·폐합 추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0일(현지시간)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그는 2017년 첫 취임 때와 마찬가지로 첫날부터 미국 경제 및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민, 관세, 바이든 뒤집기 등에 이어 미국 연방정부 공무원을 대량 해고하고, 정부 부처를 간소화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20년 8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AFP)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미 대선 캠페인을 펼치면서 ‘딥 스테이트’라고 규정한 기득권 관료 계층을 해체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약했다. 이를 위해 트럼프 당선인은 ‘스케줄 F’라는 행정명령에 재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1기 정부 시절 임기 종료를 앞두고 서명했던 행정명령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직후 폐기했다.

스케줄F는 일반직 연방 공무원 중 고위직을 언제든 대체 가능한 정무직으로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대통령에게 충성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는 공무원에 대한 보호를 박탈하고, 공무원을 채용할 때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 표명을 장려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정부 시절부터 자신에게 적대하는 비밀 세력이 연방정부 직책 뒤에 숨어 있다면서, 이들을 딥 스테이트라고 지칭하고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 왔다. 미 대선일이 가까워지면서 다른 의제에 밀려 관련 언급이 줄었으나, 그는 2023년 1월 1일부터 2024년 4월 1일까지 트루스소셜을 통해 “딥 스테이트를 무너뜨리겠다”는 글만 56차례 게재했다. 연방정부 조직을 통·폐합하고 불필요한 예산을 삭감하기 위해 정부효율부를 신설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스케줄 F 행정명령에 재서명하면 자리만 지키는 ‘불량’ 공무원, 정권에 불충하는 공무원에 대한 대규모 물갈이가 진행될 전망이다. 일련의 과정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비벡 라마스와미를 공동 수장으로 앉힌 정부효율부가 주도할 예정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행정명령에 서명할 당시엔 5만명의 연방 공무원을 해고할 계획이었다.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공무원도 나왔다.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마이크 휘태커 연방항공청(FAA)이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동시에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제는 타깃이 되는 고위 공무원들 중 상당수가 전문성과 경험, 기술적 지식을 보유한 경력직이라는 점이다. 비정치적인 공무원도 해고 대상에 다수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당선인은 △미 사법 시스템을 무기화한 부패한 관료 △국가안보를 해치는 정보기관의 부패한 관료 △언론에 기밀을 누설하는 관료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최대 10만명의 공무원을 해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당선인은 단지 선출 권력의 말을 듣지 않는 공무원을 모두 충성파로 교체하려는 것”이라며 “정부가 미 국민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봉사하는지보다는 충성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내 파벌화 등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신뢰 훼손과 더불어 유능한 공무원의 이탈, 사기 저하, 취약계층에 대한 공공서비스 약화가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을 실현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연방정부 최고 인사 기관인 인사관리국이 지난해 초 공무원 보호 규정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이를 폐기하고 스케줄 F 규정을 새로 제정하려면 최소 4개월에서 6개월이 소요된다.

연방공무원 노조 연합이 소송을 통해 저지에 나서는 등 연방대법원까지 법적 분쟁이 지속될 경우 1년 이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 미국 정부직원연합(AfDB)의 에버렛 켈리 대표는 “연방 직원은 정치적 간섭 없이, 헌법에 명시된 선서를 위반하지 않고, 법을 어기지 않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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