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예비유니콘 선점하자"…VC 해외투자 작년 2배

김예린 기자I 2022.05.11 23:28:08

[해외로 눈돌리는 VC]①
글로벌시장 눈돌리는 기관투자자
동남아 벤처 성장성 큰데 저평가
바이오·IT 앞선 美·유럽기업도 눈독

[이데일리 김예린 기자] “최근 싱가포르로 출장을 갔는데, 모든 벤처캐피털(VC)이 동남아시아 스타트업에 관심을 보였다. 현지 사무소를 열려고 준비하는 VC가 많다. 동남아는 1인당 스마트폰 보급률이 굉장히 높고 모바일 시장이 커지고 있어 관련 스타트업에 많이 투자하고 있고, 최근엔 유럽과 미국 등으로도 투자 범위를 넓히는 상황이다.”

지난달 KDB산업은행이 싱가포르에서 개최한 벤처기업 투자유치 행사에 대해 국내 VC 심사역이 전한 현장 분위기다. 국내 스타트업 몸값이 껑충 뛰고 투자도 골라서 받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국내 VC뿐 아니라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잇달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11일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전자공시에 따르면 작년 VC의 해외 기업 투자 규모는 6335억원으로 전년대비 86.2%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셧다운 타격을 받았던 2020년을 제외하면 최근 5년간 해외 투자는 매년 증가세를 보여왔다. 올해 1분기에도 2151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 972억원의 두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이 통계는 창업투자회사와 벤처투자조합(KVF) 등을 통해 투자한 실적만 집계한 것으로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신기술금융회사나 창투사가 현지에 설정한 역외펀드 등까지 포함하면 실제 투자규모는 더 늘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성장세는 가파른데 아직 기업가치는 낮은 동남아와 인도 스타트업이나 IT·바이오 기술력이 뛰어난 미국과 유럽으로 몰려가고 있다. 특히 동남아는 인구가 많고 평균 연령층이 젊으며, 빠른 경제 발전으로 시장 규모가 거대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률 상승으로 산업군 전반의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동남아시아 스타트업을 향한 ‘러브콜’이 쏟아지는 모양새다.

유정호 KB인베스트먼트 글로벌투자그룹장은 “동남아와 인도 시장의 인구 규모가 워낙 크고 모바일과 브로드밴드(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보급이 마무리되면서 기존 기업들의 자리를 스타트업들이 채워가고 있다”며 “동남아는 스타트업들이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는 시점이라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 투자자들이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국내의 경우 비슷한 규모에서는 경쟁이 심해 VC들이 해외로 가는 것”이라며 “최근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투자 전체가 아예 해외에 많이 나가지 않았기에 기저효과도 있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시장과 고수익에 대한 국내 VC 업계 갈증은 여전해 해외 자본 수출은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는 초기 투자가 많다면 앞으로는 이미 담긴 포트폴리오에 대한 후속 투자가 늘어날 수 있고, 그로스캐피탈(성장형 투자) 투자도 눈에 띌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글로벌 금리 인상과 함께 해외 증시 조정기가 찾아오면서 IPO 시기가 밀리고, 투자한 기업이 상장했어도 주가부진을 겪으면서 VC들은 엑시트 전략을 고민하는 분위기다. 당국 규제와 정치 외교 상황이 기회이자 리스크가 될 수 있어 현지화 전략과 더불어 현지 상황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동남아의 경우 핀테크 및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규제 완화가 정부 협력 아래 잘 이뤄지고, 타 해외 지역보다 저렴한 밸류에 좋은 기업을 소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중국 같은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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