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최고 찍은 원·달러 환율…"1160원까진 더 오른다"

이윤화 기자I 2021.07.08 18:58:22

델타 변이바이러스·연준 긴축 이슈 영향 기간 길어야 6개월
추가 상승 여력있지만 심리적 저항선인 1200원까진 못간다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146원까지 상승해 올해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논의 경계감이 커지면서 최근 달러인덱스(DXY)가 연중 최고점 수준까지 오른데다가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퍼진 델타 변이바이러스 확산세도 달러를 밀어 올렸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바이러스 이슈가 잠잠해질 때까지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1160원대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전망했다.

8일 서울 강남구 보건소에 설치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 중심으로 퍼진 델타 변이 공포…한·중·일 증시 모두 급락

이날 환율 상승을 이끈 것은 델타 변이바이러스 확산과 4차 대유행 공포에 의한 아시아 통화 약세였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신규 확진자 수가 7일 0시 기준 역대 최다 규모인 1275명을 기록했다. 이틀째 1200명대를 기록, 4차 재유행이 본격화하고 있다.

코로나 재확산 공포는 곧이어 증시를 덮쳤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합해 외국인이 7000억원 가량 팔면서 순매도 흐름을 보였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 증시와 통화가치도 동시에 하락하자 원화는 이에 동조 현상을 보이면서 약세가 짙어졌다. 도쿄올림픽이 도쿄(東京)도와 가나가와(神奈川)현·지바(千葉)현·사이타마(埼玉)현 등 수도권 4개 지역에서 ‘완전 무관중’으로 진행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증시를 끌어내렸다. 도쿄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88% 하락한 2만8118.03에 거래를 마쳤다.

중화권 증시도 미중 갈등 장기화, 중국 정부의 홍콩 역외상장 기업 규제 강화 등 소식에 타격을 받았다.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는 각각 0.79%, 3.22% 가량 하락했다. 중국 정부가 미국 증시에 상장한 자국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를 천명하면서 미중 갈등 여파가 증시에까지 영향을 줬다. 홍콩 증시는 중국 당국의 역외상장 기업 규제 강화 발표에 기술주 중심으로 떨어졌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7일 신규 확진자 3만4000명을 기록하는 등 폭증세를 보인 인도네시아를 필두로 일본, 우리나라 등 아시아권 국가의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이 안전자산인 달러의 강세를 이끄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연초 이후 원·달러 환율 장중 고가 기준 등락 추이. (자료=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환율 최고점 1160원대 전망…“연준 테이퍼링 이슈 나오면 더 뛸 수도”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델타 변이바이러스,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변경에 대한 경계감으로 환율 상승세가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심리적 저항선인 1200원대에 가까운 수준으로 오르긴 어렵단 의견이 지배적이다.

백석현 연구원은 “연말까지 긴 시계열에서 보면 환율 최고 상단은 1160원대로 보고 있는데 이는 일시적이며 1150원대에서 오래 머무르기도 어렵다고 전망한다”면서 “델타 변이바이러스가 번지고는 있지만 백신보급률 증가에 따라서 다시 상황이 호전될 수 있다”고 했다.

연말로 갈수록 델타 바이러스보단 연준의 테이퍼링에 환율이 더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6월 FOMC 회의에서는 테이퍼링이 본격 논의되지 못했지만 일부 연준 위원들은 경기회복이 지금처럼 이어진다면 적절한 시기에 자산매입 속도 조절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선물회사 외환 연구원은 “지금의 환율 상승세는 델타 변이바이러스에 따른 위험회피 요인 이외에 특별한 요인은 없어 보여서 올 연말까지 환율 레벨 최고점을 1160원대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8~9월 잭슨홀 미팅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연준이 긴축 기조 전환을 본격화 한다면 미 국채 금리의 추가 상승이 달러인덱스를 밀어 올릴 것”이라면서 “1200원대까진 가지 않겠지만 환율의 추가 상승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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