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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노동당의 소프트 브렉시트 합의안보다는 차라리 메이 총리의 합의안이 더 낫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지난 1일 영국 하원에서는 4가지 브렉시트 대안을 두고 ‘의향투표(indicative vote)’가 진행됐다. 모두 과반의 표를 얻지 못했지만, 재무장관을 지냈던 보수당 켄 클라크 의원이 내놓은 EU 관세동맹 잔류 방안은 불과 3표 차이(찬성 273표, 반대 276표)로 부결됐다. 1차 의향투표 8표차에서 더 줄어든 것이다. 브렉시트를 진행하되 EU 관세동맹에 영구적·포괄적 잔류를 추구한다는 매우 온건한 형태의 브렉시트안이다. 이 안이 통과되면 교역은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메이 총리가 3표 차이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2명만 찬성으로 돌아서면 통과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당시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네 번째 표결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메이 총리는 노동당과 협상하겠다는 카드를 꺼냈다.
우선 자신을 반대하는 보수당에게 더 나쁜 옵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플랜B’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메이 총리는 코빈 대표와의 협상으로 잃을 것이 많지 않다. 자신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처럼, 또 국익을 위해 행동하고 있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아울러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노딜이나 소프트 브렉시트보다는 자신의 합의안이나 EU 관세동맹 잔류안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노동당이 줄곧 EU 관세동맹 잔류를 주장해왔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진단했다. 메이 총리는 그간 EU 관세동맹 잔류를 거부해 왔다. 하지만 의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관세동맹 잔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신문은 풀이했다.
코빈 대표를 논의에 끌어들여 보수당을 압박하고, 결과적으로는 합의안 통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라는 얘기다. 어떤 합의안이든 통과만 되면 EU가 내건 조건을 충족시켜 브렉시트 시점을 5월22일까지 늦출 수 있다.
보수당 내 강경론자 입장에서 보면 메이 총리의 도박이 달갑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며칠 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합의안을 승인해주지 않으면 오는 12일 아무런 합의 없는 노딜 상태로 EU를 떠나거나,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 선거 참여는 브렉시트 시점을 장기간 미루는 것이어서 EU 잔류 가능성을 높인다. 강경론자들에겐 좋지 않은 선택이다.
유럽의회 선거 참여를 원하지 않는다면 당장 시간이 필요하다. 이날 하원에서 이를 위한 법안을 가까스로 통과시켰지만, EU는 이날 단기간 연장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결국 보수당이 노딜 브렉시트를 피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크게 줄어든다.
현 시점에선 3표차로 부결된 EU 관세동맹 잔류안이 가능성이 높다. 앞서 메이 총리는 노동당 대표와 합의 도달에 실패할 경우 의회 표결을 통해 지지를 얻는 어떤 대안도 정부 안으로 제정할 계획이라며 복선을 깔아둔 상태다.
메이 총리의 합의안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합의안 승인을 전제로 자진 사퇴하겠다는 메이 총리의 약속이 보수당 입장에선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보수당 한 중진 의원은 “메이 총리는 합의안이 통과되고 나면 다음 날 바로 사임할 것”이라며 “다른 누군가에게 숙제를 떠넘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할 일은 다했다는 명분을 챙긴 뒤 도망갈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