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이날 발제한 교수들이 모두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에 반대하는 사람이었다는 한계를 인정해도, 유통인들과 이통3사, 정부, 시민단체가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최초다.
이 자리에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들은 법안에 분노를 드러냈고, 이통3사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정부는 예상대로 ‘신중’ 모드였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과방위 간사)은 토론회 말미에 “패널 섭외를 의도적으로 그리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필요하다면 찬성 의견도 집중적으로 듣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법안소위가 분리돼 방송법 쪽이 떨어져 나가면 과거와 달리 신속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 전까지 최대한 신속히(국민의당) 입장을 정하겠다”고 부연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 의장은 “개혁을 위해선 아픔을 참아야 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서로 아프지 않게 더 지혜가 모아 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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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부회장은 “폰팔이라는 악선전 등으로 인해 (완자제법이) 여론의 힘을 얻어 발의됐다. 유통망에 대한 어떤 협의도 없이 8만 명의 생존권을 한꺼번에 들어낼 수 있는 엄청난 법제화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완전자급제법은 선택약정할인 25% 상향과 보편요금제를 막기 위해 재벌기업들이 ‘자급제’라는 묘수를 쓴 것”이라며 “모든 통신요금 이슈가 완전자급제로 빨려들어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삼성이 70% 이상 독점하는 시장인데 완자제로 단말기 가격이 내리겠느냐, 외산폰이 들어오려면 해외에서도 훌륭한 국내 망테스트 비용이 1억에서 5억 정도 하는데 이를 감당할 수 있겠냐”며 단말기 인하 효과가 없다고 밝혔다.
또 “국내 통신시장은 3사 독점으로 요금이 절대 안 내린다”며 “통신사들은 경쟁하기 싫어하고 필요시 마케팅만 한다”고, 완자제로 인한 통신 요금경쟁 촉발 가능성도 일축했다.
유통협회에서 단말기 유통업의 중기적합업종 지정을 협상하는 정문수 상임고문은 “완자제와 적합업종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으면서 “자유한국당과 민주당 법안은 한 사람이 조정한 느낌이다. 민주당이 대선 공약으로 때리니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이 입장을 냈고, 녹소연이 불을 붙이는 것 같다. 자급제 하고 싶으니 알아서 하면 된다. 그런데 법으로 강제하는 건 굉장한 음모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통3사, ‘애매모호’…과기정통부·방통위는 ‘신중’ 입장
이통3사는 완자제법에 대한 분석이 부족한 듯 원론적이자 애매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임형도 SK텔레콤 상무는 “자급제에대한 그림이 조금씩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이용자, 단말시장, 이통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완자제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서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게 바람직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충성 KT 상무도 “완자제가 되면 단말기와 통신이 각각 경쟁해 가격이 동반 인하될 것이라는 건 이론적으로 맞다”면서도 “다만, 실제 이 제도가 시장의 현실에 적용됐을 때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누구도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는 “완자제는 거의 시장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 것이어서 기업의 유불리에 대해 잘 모르겠다”며 “효과가 어마어마하니 일단 가보자가 아니라 오랜 기간 논의해 보자”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역시 국회발 ‘완자제’ 논의에 대해 예상대로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국장은 “완자제는 의도한 목적대로 달성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완자제가 됐을 때, 지원금에 상응하는 25% 요금할인이 사라질지 걱정된다. 이를 유지하는 약속을 이통3사가 할지 모르겠다. 이게 안 되면 바로 요금이 올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방통위 국장은 “이용자 편익을 보면 통신과 단말기를 분리하면 합리적으로 되는 부분도 있지만 어르신 등의 경우 매우 불편해질 수 있다”며 “유통구조가 전면 개편되면 이 제도로 불이익을 받는 곳이 생기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법으로 일부 사업자의 단말기 판매를 금지하는 것도 규제가 크니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녹소연, 사회적논의기구에서 시급히 논의하자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에 찬성 입장을 밝힌 녹색소비자연대 이주홍 사무총장은 “김영란법이 시행됐을 때 한우농가나 화훼농가가 다 망한다고 했는데 타격이 있었던 건 사실이나 다른 대책도 생겼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완자제 시행 시 중소상공인 보호도 논의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행 유지도 반대”라면서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처음으로 완자제법을 논의하자. 독과점 우려에 대한 대안을 만든다면 소비자와 산업이 같이 성장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소비자는 통신비 얼마, 단말기 얼마로 보는 게 아니어서 실질적으로 서비스 요금이 5% 줄었다고 해서 감동하진 않는다”며 “인위적 통신비 인하보다는 경쟁 활성화를 통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디바이스나 포털 등 플랫폼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