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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 한 달 만 인준안 통과…“국민 위한 사법구현”
21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출석인원 298명 중 찬성 160표로 김 내정자에 대한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8월21일 청와대로부터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 내정자는 한 달의 기다림 끝에 후보자 꼬리표를 떼어냈다. 취임식은 오는 25일 또는 26일에 열리며 임기는 6년이다.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직후 김 내정자는 “중책을 맡게 돼 다시 한 번 무거움을 느낀다”며 “사법부가 당면한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나가기 위해서 노력하겠으며, 국민을 위한 사법을 구현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김 내정자의 학창시절 꿈은 법관이 아닌 전투기 조종사였다. 그는 공군사관학교에 진학하려고 친구들과 의기투합 했지만 부산고 재학시절 시력이 너무 나빠져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투기 조종사를 꿈꿨던 소년은 40여년 뒤 대법원장으로서 사법부의 조종간을 쥐게 된 것이다.
김 내정자의 대법원장 임명은 ‘파격’이라는 단어로 압축된다. 현 양승태(69·2기) 대법원장보다 13기수나 아래인데다 대법관 경력도 없다. 대법관 경력이 없는 대법원장은 3·4대(1961~1968년) 조진만 대법원장 이후 49년 만이다. 또 사법부내 전통적인 ‘승진코스’인 법원행정처 근무경력이 없어 사법행정을 경험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는 지명 후 첫 공식일정에 “나는 31년 5개월 동안 사실심(1·2심) 법정에서 당사자들과 호흡하며 재판만 해온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이 어떤 수준인지 어떤 모습인지 이번에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관·법원행정처를 거치지 않아도 대법원장직을 잘 수행할 수 있음을 자신한 것이다.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김 내정자가 대법관·법원행정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참모를 어떻게 꾸리는지가 매우 중요할 것 같다”며 “참모를 잘 구성한다면 무리 없이 대법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선 과정에서 특정 연구회 출신이라는 점이 지나치게 부각된 점도 김 내정자가 향후 극복해야할 부분이다. 김 내정자는 진보성향 판사들이 많다고 알려진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회장을 지냈다. 이 때문에 야당으로부터 ‘정치적 편향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김 내정자는 이에 대해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모두 학술적인 단체로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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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까지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대법원장직에 오른 뒤에도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다. 사법개혁·국정농단재판·상고허가제 도입 등 사법부 안팎의 수많은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행사를 방해하고 ‘법관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에서 시작한 사법파동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는 3차례 회의를 열고 법관 블랙리스트 재조사, 고등부장 승진제 폐지, 대법원장 권한 축소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법관회의 상설화도 김 내정자가 고민해야할 부분이다.
김 내정자는 상고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대법원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방안으로 상고허가제 재도입을 추진할 전망이다. 상고허가제란 현재처럼 상고사건을 대법원이 모두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허가받은 사건만 심리하는 것을 말한다. 1981년 제정됐으나 재판받을 권리를 방해한다는 반대 여론에 밀려 1990년 폐지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61)씨,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의 최종 마침표를 찍는 일도 김 후보자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검찰과 피고인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고 재판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국정농단 재판의 최종판단은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이 모두 참여한 전원합의체에서 결론 낼 가능성이 높다.
대한변협은 “김 내정자는 정치권력 등으로부터 사법부 독립을 지킬 확고할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을 해 법치와 민주주의가 바로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