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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 받으면 신규 채용 못해”…정부 지원 조건도 걸림돌
지상조업사는 항공기가 이륙하기 전 기내 청소·화물 적재·항공 급유·정비 등 지상에서 이뤄지는 작업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지상조업사들은 코로나19 사태가 2년 넘게 지속되면서 인력난을 겪고 있다. 항공사와 비교해 저임금 구조로 이뤄진 탓이다.
정부는 2020년 4월 항공지상조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고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했다. 정부는 지상조업사 평균 임금의 70%의 90%에 해당하는 휴업수당을 지원해줬다. 나머지 10%는 지상조업사들이 지원하면서 직원의 고용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유급휴직 지원 기간이 만료되고 무급휴직으로 전환되면서 지상조업사 직원들의 임금은 더욱 낮아졌다. 뮤급휴직의 경우 정부의 지원이 기존 평균 임금의 70%에서 50%로 하락하고 회사의 임금 지원 부담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지상조업사에 직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정든 회사를 떠나 다른 직업을 택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지상조업사들이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지만 인력 수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지상조업 등 항공산업의 전망이 불투명한데다 지상조업의 임금 수준이 다른 업종에 비해 높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상조업사들은 항공사가 화물 특수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기존에 계약된 조업료만 받기 때문에 수익 증대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증가한 화물 적재 업무 등을 따내기 위한 조업사들간 조업료 출혈 경쟁으로 수익이 낮아지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지상조업사의 하청업체에서도 인력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신규 채용은 하지 않을 때’라는 정부의 고용지원금 지원 조건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례로 대한항공(003490)의 지상조업사인 한국공항(005430)의 협력사로 기내식 운반과 탑재를 담당한 케이텍맨파워는 파견한 직원 308명 중 200명을 권고사직시켰다. 코로나19 사태 지속으로 한국공항에 파견 나간 직원들이 정부의 고용지원금을 받으면 신규 채용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서 지상조업뿐 아니라 다른 업종에도 인력 파견을 해야 하는데 신규 채용이 되지 않으면 회사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서다.
이런 하청업체들의 직원 이탈까지 고려하면 지상조업사의 인력난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지상조업사들의 인력난 현실화로 정부가 국제선 비행길을 열어줘도 항공기가 뜨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보다 발빠르게 항공 정상화에 나선 미국은 지상조업사들의 인력난으로 할로윈 기간 직전인 지난해 10월 2주간 4000개 이상의 항공편이 결항되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여객 운송 기준 세계 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 항공사와 3위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사가 코로나 펜데믹(감염병 대유행) 당시 대규모 직원 감축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당시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코로나 전인 2019년 6만명의 직원 중 6000명을 정리했고 아메리칸 항공은 3만 10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상조업사, 여객 조업 인력 화물 조업에 파견
업계에서는 지상조업의 인력 상황을 고려했을 때 현재 감당가능한 항공편은 코로나 사태 이전의 50% 미만 수준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항공 화물 수요가 폭증에 따른 인력 투입까지 고려하면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연내 국제선 운항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50% 복원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지상조업 인력 대부분이 화물적재 등 화물조업 관련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 지상조업사의 지난해 화물 관련 조업 직원 수는 2019년 대비 11.8% 증가했지만 여객 조업 관련 직원 수는 22.6% 감소했다. 지상조업사들이 여객 조업 인력을 화물 조업에 파견하고 있는 것이다.
지상조업사 관계자는 “현재 인력 상황으로는 연말까지 국제선 운항을 코로나19 사태 이전 50%로 복원시키겠다는 정부의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원금 지급 연장 등을 통해 지상조업 인력 운영을 원할히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