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두호 기자] “1917년 미국 인구가 지금의 3분의2 일 때 하원 수가 435명이었다. 지금 미국 인구가 더 늘었지만 미국 하원 수는 늘지 않았다. 미국 기준으로 하면 한국 국회의원 수는 70~80명이다. 국회의원 수를 왜 늘려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홍준표 의원은 지난 9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국민 면접인 국민 시그널 면접에서 국회의원 수를 300명에서 200명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1917년 대비 현재의 인구가 30% 가량 늘었지만 하원 수는 그대로인지, 또 미국 인구수 대비 국회의원 비율을 한국에 대입하면 정말 70~80명 정도인지 확인해보았다.
1917년 미국 인구는 지금의 3분의 2 → 거짓, 하원의원 435명 유지→ 사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1917년 미국 인구는 1억 300만명 정도이고 현재 미국 인구는 3억 3294만명 정도다. 1917년 미국 인구는 지금의 3분의 2가 아니라 3분의 1수준이다. 인구가 3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하원의원수는 제자리인 것은 맞다. 미국 하원의원 수는 1911년 의석배분법으로 435명으로 규정됐고, 1929년 의석재배분법으로 영구적인 하원 의석 수를 435명으로 정했다. 지금까지 하원의원 수는 435명으로 유지되고 있다.
홍 의원이 미국 인구증가 규모를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팩트'대로라면 오히려 홍 의원의 의원수 감축 공약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
미국 기준으로 한국 국회의원 수는 70~80명→ 대체로 사실
미국은 2020년 기준 인구가 3억 3294만명이다. 하원의원 435명에 100명의 상원의원까지 포함하면 인구 10만명 당 의원수는 0.16명이다.
한국은 2020년 기준 인구 5178만명에 국회의원이 300명으로 인구 10만명 당 0.58명이다. 홍 의원 주장처럼 미국 기준인 인구 10만명 당 0.16명을 기준으로 한국의 국회의원 수를 조정하면 83명이다. 홍 의원이 주장한 70~80명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비슷한 규모다.
양원제, 국회의원 수 축소가 선진 정치문화?
홍 의원은 7일 국민의힘 정책공약발표회에서 선진국에 걸맞는 정치문화를 만들겠다며 양원제를 채택해 국회의원 수를 100명 줄여 상원, 하원 합쳐 200명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수를 줄이고, 양원제를 채택하는 것이 선진 정치문화로 볼 수 있는지 의회제도를 우리보다 길게는수백년 앞서 도입한 G7 국가들과 비교해봤다.
G7 국가인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는 모두 양원제를 채택했다. 2020년 기준 인구 10만명 당 의원수는 영국(2.16명), 이탈리아(1.59명), 프랑스(1.37명), 캐나다(1.17명), 독일(0.85명), 일본(0.57명), 미국(0.16명) 순이다.
한국은 인구 10만명 당 의원수가 0.58명으로 G7 국가에서 일본과 미국만 한국보다 적다. G7 국가에서 인구 10만명 당 의원수가 가장 많은 영국은 한국보다 3배 이상 많다.
OECD 34개국을 보아도 한국보다 인구 10만명 당 의원수가 적은 나라는 일본, 멕시코, 미국뿐이다. 지금도 한국의 국회의원 수는 G7, OECD 국가들과 비교해서 적다.
홍 의원의 공약대로 한국의 의원수를 200명으로 줄이면 인구 10만명 당 의원수는 0.39명으로 OECD에서 미국 다음으로 가장 적은 나라가 된다.
홍 의원의 발언은 대체로 사실이지만 홍 의원은 OECD에서 의원수 규모가 가장 적은 미국을 비교 대상으로 삼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공약이 어떤 부분에서 선진국에 걸맞는 정치 문화인지도 국민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미국은 정부 구조가 다르다
특히 미국은 자치권을 가진 50개 주가 모인 연방제 국가로 한국과 정부 구조가 다르다. 미국은 연방정부와 주 정부로 분산시켜 각각의 권한을 인정하는 연방주의를 따른다. 미국은 각 주마다 최저임금이 다르고, 금융법도 다르다.
미국 연방정부 의원 수는 총 535명이지만 50개 주에는 각각 100명 안팎의 상·하의원이 주법을 따로 제정한다.
미국 각 주의 의원들은 한국 국회의원과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연방법은 국방, 외교, 화폐발행, 이민 등 주로 국제 관계와 관련돼 있고, 주법은 민법, 형법, 은행법 등 일상생활을 다루는 법안이 많다. 다만 연방법과 주법이 충돌하면 연방법을 따른다.
박두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