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총체적 부실대응…커지는 軍 수뇌부 경질론

김미경 기자I 2021.07.21 17:10:27

집단감연 청해부대 무슨일 있었나
장병 301명 중 약 90% 모조리 감염
첫 유증상자 발생 12일 뒤 TF 구성
수뇌부 줄사과 뒤 대책없이 변명만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사상 유례없는 청해부대의 집단 감염사태 원인이 군 당국의 총체적 부실 대응으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2월 파병 당시 국내 코로나19 백신 수급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군의 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 국방부가 파병부대 백신 접종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 3밀(밀집·밀접·밀폐) 함정에서 첫 유증상자를 격리조치하지 않은 점 등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군 안팎 분위기도 심상찮다. 군 수뇌부를 향한 방역 실패 문책론이 거세지고 있다.

21일 군 전문가 등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군 당국의 초기 부실대응에 따른 방역 골든타임을 놓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브리핑룸에서 청해부대 34진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서 장관은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을 보다 세심하게 챙기지 못해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한 데 대해 국방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사진=국방부).
국방부와 합참이 전날 국회에 보고한 ‘청해부대 34진 긴급복귀 경과 및 향후 대책’ 자료에 따르면 감기 증상자 1명이 최초 발생한 지난 2일 청해부대는 합참에 즉각 보고하지 않았다. 11일에는 감기 증상자가 105명으로 불어났지만, 첫 유증상자 발생 8일 뒤인 12일에야 보고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해명이다. 이후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 2명이 확진된 14일 국방부·합참 통합 상황관리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실제 청해부대원의 확진자 규모는 이 같은 군의 총체적 부실 대응을 방증한다. 전날 조기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장병 301명에 대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다시 한 결과, 약 90%에 해당하는 270명(전체의 89.7%)이 확진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아프리카 현지 PCR 검사에선 총 247명이 확진됐는데 재검사에서 확진자가 23명 증가한 것이다. 백신 미접종 상태에서 ‘3밀’ 함정에서 지냈다고 하더라도 10명 중 9명이 감염되면서 최악의 방역 실패로 남게 됐다.

군 당국의 백신 미접종과 부실 대응을 놓고 군의 감염병 대응 지침과 운용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전면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론도 나쁘다. 박재민 국방차관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전화 출연해 여전히 ‘백신 부작용’ 탓만 되풀이해 성난 여론에 불을 지폈다. 박 차관은 “코로나19 백신접종 계획을 보다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시인하면서도 질병관리청과 국방부 간 해외 파병부대의 백신접종에 대해 “구두 협의”한 것은 맞다며 이상반응을 우려해 백신접종을 할 수 없었다는 취지의 해명만 늘어놨다. 끝까지 제 식구를 챙겼어야 했을 국방부가 방역당국과 통상적 수준의 의견을 교환한 뒤 이후 백신접종 검토조차 하지 않았음에도 똑같은 변명만 늘어놨다는 비판이 나왔다.

군 당국의 방역 실패 책임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청해부대원 백신 접종에 손놓은 국방부, 작전 5개월간 백신 요청은 물론 제대로 된 보고를 하지 않았던 합참과 해군, 원격진단만으로 발병 가능성을 낮게 진단한 국군의무사령부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파병 임무 수행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청해부대 장병들을 태운 버스가 20일 오후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날 버스를 탄 청해부대 장병들이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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