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외평기금 손익계산서에 '신규항목' 추가한 이유는

원다연 기자I 2020.09.23 17:21:25

마이너스금리 사상 첫 발행에 할증차금 반영 신설
"이자비용없이 외화 조달에 창구 다변화에도 기여"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왼쪽)과 주현준 국제금융과장이 1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외평채 발행 이후 한국물 발행 경과 및 해외 시각’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한국은행은 이번 달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손익계산서에 신규 항목 하나를 추가했다. 바로 ‘기타영업수익’ 항목인데,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에 성공하며 나타난 변화 중 하나다.

23일 한은은 ‘외국환평형기금 운용업무 취급절차’ 규정을 개정해 손익계산서에서 수익 계정 가운데 기타영업수익 계정과목을 새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외평기금은 투기적인 외화유출입에 대응해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때 활용하는 기금으로, 정부가 외평채를 발행해 조달한다. 실제 외평기금의 운영은 기획재정부가 맡지만 이에 대한 사무처리는 한은이 위임받아 처리하고 있다.

한은이 외평기금 손익계산서에 기타영업수익 항목을 새로 만들어야 했던 이유는 정부가 이달 초 사상 처음으로 발행한 마이너스 금리 외평채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0일 발행금리 -0.059%, 5년물의 유로화 표시 외평채를 7억유로 규모로 발행했다. 마이너스 금리 채권은 채권을 발행해 돈을 빌리는 주체가 오히려 투자자에게 마이너스 금리만큼의 이자를 받게 되는 구조다. 이번에 발행된 유로화 표시 외평채의 경우 액면가액보다 많은 7억200만유로를 받고, 만기 때에는 7억유로만 돌려주는 셈이다.

돈을 빌려주면서 이자까지 내야하는 채권에 누가 투자하려 할까 하지만 발행 한도를 뛰어넘는 주문이 몰릴 만큼 흥행에 성공했다. 시장금리가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가 있으면 채권 만기 전 채권을 팔아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기는데, 전세계적인 저금리 기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견고한 경제 펀더멘털을 유지해온 한국 국채가 안전자산으로 평가받으며 투자 수요가 몰렸다.

정부로선 마이너스 금리의 외평채 발행으로 액면가액 만큼의 외화를 이자비용 없이 조달하는 데 더해 마이너스 금리 만큼의 이자를 외평기금에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마이너스 금리 발행이 처음이다보니 이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회계상 처리할 수 있는 항목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한은 관계자는 “보통은 채권을 발행하면 채권이자가 비용으로 잡히고 이자수익은 채권을 보유할 때 발생한다”며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의 외평채를 발행하다 보니 할증차금을 회계상에 반영할 항목이 없어 이를 새로 만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마이너스 금리 외평채 발행은 우리 경제의 건전성을 국제적으로 평가받은 것을 넘어서 외화 조달 창구를 다양화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권도현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이번 마이너스 금리 외평채 발행은 만기까지 이자 비용없이 외화 조달을 가능하게 하는데 더해 새로운 벤치마크 세팅을 통해 달러화에 집중된 외화 조달 창구 다변화에도 기여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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