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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불벌거래에 악용…‘합법적 사용 점수제’ 도입해야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수석이코노미스트 겸 통화경제국장은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세계경제학자대회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금융범죄와 자본유출입 통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면서, 스테이블코인이 작동하는 인프라인 블록체인에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규제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IS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의 98.9%는 미 달러화 표시이며, 주로 가상자산 거래를 위한 지불 수단으로 쓰이지만 국경 간 지급결제에도 사용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국경 간 거래는 최소 연 1조 6000억달러로 추정되는데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확산하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빠르게 늘고 있다. 신 국장은 “가상자산을 이용한 범죄행위의 경우 스테이블코인이 2022년 비트코인을 추월했으며 현재 가상자산을 이용한 범죄행위 전체비중의 약 63%를 차지한다”고 했다. 탈중앙화돼 있고 사용자 신원확인이 어려운 블록체인의 성격 상 당국의 감시와 통제를 피할 수 있어 △금융범죄 △사기 △자금세탁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자국통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더라도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지속될 것”이라며 “오히려 블록체인을 통해 달러표시 가상자산과 맞교환이 쉬워져 자본유출의 통로가 되고 기존의 외환거래 규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 국장은 스테이블코인의 악용을 막기 위한 맞춤형 규제로 ‘합법적 사용 점수제도’를 제시하면서, 국제협력에 시간이 걸린다면 각국 별로라도 규제 환경에 맞춰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거래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블록체인의 특성을 활용해 스테이블코인의 합법적 사용 여부를 평가해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직간접적으로 불법 주소와 연관된 지갑을 거친 스테이블코인은 거래가 되지 못하도록 하거나, 신원확인이 되지 않은 지갑을 거칠 경우 낮은 점수를 부여하고 이를 사용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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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토큰’으로 금융 혁신가능…“중앙은행 중심으로 가야”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 도입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결제 편의성과 혁신의 상당 부분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기반 ‘예금토큰’이 대체할 수 있다고 봤다. 미국 외의 국가에서는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촉진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마테오 마조리 스탠퍼드대 교수는 “국제 거래는 증가하는 반면 전통적인 송금 시스템은 느리고 비효율적이어서 새로운 대안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공공부문을 바탕으로 한 CBDC와 같은 지급결제 인프라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민간 부문에서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나겠지만 공공 부문이 가드레일(안전바) 역할을 수행해야 효율성과 안전성의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 국장은 “스테이블코인은 익명성과 국경 간 편의 등으로 주목받지만, 실제로는 가치 안정성, 법적 보호, 결제 시스템 통합성에서 근본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며, 예금토큰은 중앙은행의 지급 결제망과 금융 규제의 울타리 안에서 안전성과 신뢰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실바나 텐레이로 런던정경대(LSE)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국가 간 거래 등에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고도의 규제가 필요한 기능들을 하게 돼 금융 안정에 위험요인이 된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규제나 통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윤성관 한국은행 디지털화폐실장은 한은의 CBDC 실증사업인 프로젝트 한강을 소개하면서 “디지털 자산 간 즉시 결제와 안전성, 화폐에 프로그래밍 기능을 더한 맞춤형 바우처, 기계 대 기계 결제 등 다양한 혁신적 기능을 성공적으로 검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용자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인센티브를 도입하고 신용카드 중심의 규제를 재검토해 결제 수단 간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도 확인했다”면서 “CBDC와 예금 토큰은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금융 생태계를 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