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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아픈 질책과 진심어린 조언이 쏟아졌다. 9일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 열린 ‘대한민국 판이 바뀐다’ 출판기념 북콘서트에서다. 경제, 환경, 노동, 사법, 남북관계, 외교 등 각 분야에서 한국사회를 대표하는 석학 13인이 한자리에 모여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평가하고 차기 정부에 던지는 조언을 모은 책이다.
이날 이 책의 출판을 기념해 저자 대표들과 각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형식은 북 콘서트였지만 정책 심포지엄을 방불케 했다. 첫 포문을 연 정수연 제주도 경제학과 교수는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정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노무현 정부의 시즌2다. 정의감을 앞세운 부동산 정책이 결국 보호하려던 대상을 더 불행하게 만드는 나쁜 결과로 귀결됐다”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부동산 정책을 28차례나 내놨다는 건 그만큼 실패를 반복했다는 의미”라며 “차기 정부에선 정책 일관성을 유지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조언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현 정부의 기업 옥죄기 정책이 낳은 병폐를 질타했다. 최 교수는 “기업이 국가를 선택하는 시대”라며 “국민을 부유하게 하는 건 국가가 아닌 기업이다. 현 정부는 국민연금의 대표소송을 비롯해 중대재해처벌법, 탄소중립 과속 등 기업이 숨쉬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차기 정부에서 가장 주안점을 둬야 할 정책은 ‘기업 규제 완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현 정부 들어 시장과 개인이 결정해야 할 사안에까지 정부가 개입하는 ‘권력과잉’이 여러 문제를 양상하고 있다며 정부가 틀어쥔 권력을 지자체와 시민사회로 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북·외교정책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같은 장거리 미사일이 아닌 사정거리 500km짜리 단거리 미사일이직접적인 위협인데도 불구, 정부가 미온적. 굴종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했다. 조 회장은 “북한에서 국가의 수장인 문 대통령을 험담하고 힐난하는데도 정부가 침묵하는 것은 국민의 자긍심에 상처내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축사와 함께 총평에 나선 정병석 전 한기대 총장은 “사회가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정권이 바뀐다고, 대통령이 나선다고 혼자서는 판을 바꿀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며 “각 분야에서 충돌하는 가치를 누가 어떻게 조율하고 관리할 지에 대해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제시돼 반갑다”고 말했다.
저자 대표인 김대환 전 장관은 “저자들 중에는 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한 경험이 가진 분들이 많다”며 “비판을 넘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책을 만들고 실현할지 고민했다. 지도자의 철학과 방향만 확실하다면 올바른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