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당사자가 ‘외부 유출’을 원치 않아 상부에 뒤늦게 보고됐다는 게 해군 측의 설명이지만, 결과적으로 공군 성폭력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 이후에도 군의 대응이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3일 국방부와 해군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사건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군 측에 따르면 피해자인 해군 모 부대 소속 A 중사는 전투휴일이던 5월 27일 부대가 자리해 있는 한 민간 식당에서 가해자인 B상사와 늦은 점심을 먹었다. 부대로 새로 전입 온 지 사흘이 지난 시점이었다. B상사는 이 자리에서 피해자의 거듭 거부에도 “손금을 봐주겠다”며 신체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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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사건을 공론화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사건 발생 두 달여만인 지난 7일이었다. A 중사는 주말임에도 부대 지휘관과 면담 요청을 해 피해 사실을 알렸고, 9일 본인 결심에 따라 정식으로 상부 보고가 이뤄졌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부석종 해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에 성추행 사건이 최초로 보고된 건 이틀이 지난 11일이었다. 8월 7일 다시 면담을 요청하기 전까지 가해자 분리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서 장관은 보고를 받은 즉시 법규에 따른 조치와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피해자는 이튿날인 12일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특히 A중사는 상부 보고가 이뤄진 9일부터 숨진 12일까지 무려 8차례에 걸쳐 성고충상담관과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B 상사는 사과한다며 A 중사를 다시 불러내 술을 따르게 했고, 이를 거부하자 ‘술을 따라주지 않으면 3년 동안 재수가 없을 것’이라며 악담도 퍼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성추행 피해 사실을 즉각 알렸지만,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가 없었고 2차 가해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공군 중사 사건과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에 따르면 전날 가해자 B 상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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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은 정확한 사인을 밝혀내기 위해 부검을 하려 했지만, 유족 측이 부검 없이 장례식을 치르길 희망해 장례절차를 해군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유족 측은 “가해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고 강력한 처분을 원한다. 두 번 다시 이런 일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아이가 마지막 피해자로 남을 수 있도록 재발방지를 바란다”는 입장을 해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서 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북한 귀순자 경계실패(2월 17일), 부실급식·과잉방역 논란(4월 28일),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6월 9일과 10일, 7월 7일), 청해부대 코로나19 집단감염(7월 20일) 등에 이어 이번이 일곱 번째다.
서 장관은 이날 국방부를 통해 “있어선 안 될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유족과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하면서 “한 치 의혹 없게 철저히 수사해 유족과 국민께 소상히 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 장관에 대한 책임론도 한층 커지고 있다. ‘공군 이 모 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판박이 사건이 또 발생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격노했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경질론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해당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격노하며 “한치의 의혹이 없도록 국방부는 철저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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