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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윤창호법` 비웃는 검사들의 일탈

박기주 기자I 2019.01.28 15:57:26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지난해 9월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온 윤창호씨가 당한 불의의 사고는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샀다.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의 분노는 결국 `윤창호법(法)`을 만들어 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윤창호법이 시행된 이후 음주운전은 크게 줄었다. 하지만 윤창호씨의 희생이 음주운전에 대한 의식을 다소 바꿨는지는 몰라도 공직자, 특히 검사들의 생각을 바꾸기엔 아직 부족한 듯 보인다.

윤창호법이 시행된 지 한 달 조금 넘은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 도로에서 간단한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단순한 사고에 불과한 것으로 보였지만 이 사고의 피해자가 서울고등검찰청 소속의 현직 검사라는 사실과 그가 음주운전 중이었다는 점은 이 사고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이 검사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95%로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특별한 사고는 나흘 만에 또다시 발생했다. 서울고검 소속 김모 부장검사는 지난 27일 서초동의 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제네시스 차량을 몰던 중 주차된 다른 차량을 들이받고 도주했다. 경찰서에 연행돼 측정된 그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264%, 면허 취소 수준(0.1%)을 훌쩍 넘은 수치였다. 김 부장검사의 음주운전 적발 경험이 벌써 세 번째라는 점은 이번 사고에 한층 특별함을 더했다.

이렇게 검찰 선후배 사이인 두 현직검사는 나란히 서초경찰서 음주운전 피의자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음주운전에 대한 법적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시점에서 법을 다루는 검사가 줄줄이 조사를 받게 되는 불명예스러운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잇단 검사의 음주운전 사건을 들은 이들의 입에선 바로 “아니, 지들이나 잘할 것이지…”라는 원색적인 비난이 이어졌다. 우리나라에서 검사라는 명함이 가지는 권력을 고려할 때 이들에 대한 반감이 투영된 것이다.

검찰에선 몇몇만의 일탈이라고 선을 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이 계속된다면 검사에 대한 반감은 더 커져갈지 모른다. 지금이라도 국민에게 본을 보일 수 있도록 자정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이같은 수모를 미연에 피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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