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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인근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A씨는 친박단체의 집회 시작 후 바뀐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그는 “담배꽁초 하나 없던 거리가 박 전 대통령이 돌아온 뒤로 아수라장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전국 최고 땅값을 자랑하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주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반대하는 지지자들의 자택 방문과 집회가 이어지며 소음과 통행 방해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연이은 집회에 교통 통제와 매출 감소로 고통받던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주변의 상황과 똑 닮았다. 한때 대통령이 살던 동네라며 자랑하던 분위기는 온데간데 사라졌다.
◇친박단체 자택 방문에 주민·상인들 “힘들다”
14일 오전 박 전 대통령 자택 주변 상점 유리창에는 ‘주류·취식 절대불가’나 ‘잔디 및 화단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등의 문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상인은 “가게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아무 데나 버리는 일이 많다”며 “직접 나가서 말하면 일이 커질까 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집회 전후 식당을 찾아 특정 채널만 틀라며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드는 일도 있었다. 박 전 대통령 자택 주변에서 식당을 하는 B씨는 “틀어놓은 텔레비전을 보며 너도 한통 속이냐”며 “당장 다른 채널로 바꾸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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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숍을 운영하는 심모(29·여)씨는 “친박단체 집회 참가자들이 알아볼까 금방 지울 수 있는 소심한 이벤트 중이다”면서도 “하루빨리 이 상황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택 인근 초·중학교도 등하굣길 안전에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서울 삼릉초등학교는 지난 13일 ‘안전한 등하교를 위한 협조사항 안내’라는 제목의 가정통신문에서 “학교 주변에서 일어나는 상황으로 학교 어린이들의 등하교 안전이 우려된다”며 “학교에서는 학생에게 안전 생활지도를 할 예정이며 가정에서도 철저한 지도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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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주민 민원에 이날 오후 2시 자택 앞에서 예정됐던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결사대회’는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주민들의 고통에 대한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안재철 월드피스자유연합 이사장은 이날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당한 집회 신고에 극성맞은 사람들이 소음관련 민원을 넣고 있다”며 “종북좌익세력이 깔려 있는 상황에서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서 자택 벽면에 박 전 대통령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붙였다. 종이에는 “대통령님 수고하셨습니다”나 “사랑합니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벽면에 메시지를 붙이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주민 민원이 많은 점을 고려해 확성기 사용에 주의를 주고 벽면 메시지는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은 15일 오전 중 박 전 대통령에게 소환날짜를 통보할 예정이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선고로 박 전 대통령이 파면 당한지 닷새만이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소환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 집행 등 강제수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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