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현재 우리나라 가계대출 추세는 크게 ‘주택담보대출 풍선효과’와 ‘생활자금대출 증가세’로 요약된다.
금융당국의 규제에 막히긴 했지만 부동산 호황을 기대하는 대출 수요가 여전한 게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올해 2분기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전년 동기 대비 한풀 꺾였다.
하지만 예금은행 외에 농협 수협 축협 등 상호금융과 새마을금고 같은 비(非)은행예금취급기관(비은행)의 주담대 증가폭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예금은행에서 밀려난 대출자들이 그 아래로 내려온 것이다. 부동산 외에는 자산을 불릴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1차 뇌관’이다.
최근 기타대출 증가세도 눈에 띈다. 기타대출은 주담대를 제외한 나머지 대출로 마이너스통장 등이 대표적이다. 주로 생활자금 수요로 읽히는데,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금융권은 이들의 상환능력이 주담대 대출자들보다 더 취약하다고 본다. 실질적으로 손에 쥐는 가처분소득이 부족해지자 대출에 의존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가계부채의 ‘2차 뇌관’으로 부를 만하다.
풍선효과 문제 심각해져…非은행 대출 증가세
25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올해 2분기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자료는 이처럼 ‘팍팍해진’ 한국인의 삶이 그대로 투영돼있다.
가장 먼저 주담대. 올해 2분기 주담대 규모(예금은행+비은행+주택금융공사 등)는 총 19조원이다. 예금은행 13조원, 비은행 4조9000억원, 주금공 1조1000억원 등이다. 이는 지난해 2분기(20조7000억원)보다 줄어든 수치다. 올해 초 금융당국의 여신심사 강화 규제의 효과가 아예 없다고 보기는 어려운 대목이다.
한은 관계자는 “주담대는 이사철 등 계절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전기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목되는 점은 각 금융기관별 증가폭이다. 이날 한은의 가계신용 통계상에는 지난해 2분기 주금공의 주담대는 23조7000억으로 나와있다. 평소 분기당 1조원 안팎 규모인 점에 미뤄보면 과도하게 높다.
이는 지난해 2분기 당시 안심전환대출 때문이다. 은행이 안심전환대출 채권을 주금공에 매각한 것인데, 이게 통계 착시효과를 불러왔다. 가계신용 통계상 지난해 2분기 예금은행의 주담대 증가액(-3조원)은 주금공의 수치까지 더해야 실질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20조원 가까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2분기 예금은행의 주담대 규모가 큰 폭 줄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다만 이는 풍선효과를 불러왔다. 금융당국 규제로 은행 문턱이 막히자 비은행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2분기 비은행 주담대 증가액은 4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상호금융과 새마을금고가 눈에 띈다. 상호금융 대출의 경우 지난해 2분기 2조4000억원에서 올해 2분기 5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은행의 주담대를 주금공으로 옮기는 안심전환대출을 감안하면 올해 2분기 은행의 주담대는 줄었다”면서 “상호금융 등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의 통계로 파악되지 않는 집단대출 급증까지 더하면, 주담대의 ‘내용’은 더 어둡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집단대출은 분양아파트 등 입주예정자 전체를 대상으로 개별심사 없이 집단적으로 취급되는 대출인데, 이는 당국의 규제에서 제외돼 있다. 일반 주담대가 줄었어도 집단대출이 늘면 그 후폭풍을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추세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가운데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것은 속도와 총량 면에서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비은행의 가계대출 급증도 여신심사기법의 상대적 열위, 취약차주의 채무부담 증가 등 측면에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생활자금 용도’ 기타대출, 전년比 증가 ‘우려’
기타대출의 급증세도 관심사다. 올해 2분기 예금은행과 비은행의 기타대출은 9조9000억원이었다. 전년 동기(7조8000억원) 대비 2조1000억원 증가했다.
기타대출은 담보없이 손쉽게 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급한 생활자금이 필요할 때 유용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주담대보다 오히려 상환능력은 더 떨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우리 경제에는 짐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만에 하나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올해 1분기 기타대출 증가액(5조1000억원) 역시 분위기가 비슷했다. 증감규모에 변동이 없었던 지난해 1분기에 비해 대폭 늘어난 것이다. 금융권 한 인사는 “생활자금 용도로 빌리는 규모가 점차 커지는 게 추세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8월 금통위 가계부채 난상토론…의사록 주목
일각에서는 이주열 한은 총재를 비롯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이 지난달부터 유독 가계부채 증가세를 경고했던 이유가 통계로 증명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총재는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필요시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은 관계자는 “이 총재가 2분기 가계신용 통계 기류를 어느 정도 감지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한은 안팎에서는 오는 30일 8월 금통위 의사록 공개를 주목하는 분위기도 있다. 의장인 이 총재를 비롯한 한은 금통위원 7명이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은 금통위원들의 시각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수준과 그에 따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