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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영이 쏘아올린 '비동의 냉동배아 임신' 과거 판례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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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선 기자I 2025.07.08 16:06:06

이시영, 전 남편 동의 없이 냉동배아로 임신
과거 판례 살펴보니 "시험관 시술 당시 묵시적 동의 인정"
미국서는 '부모 되지 않을 권리' 인정도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배우 이시영이 전 남편의 동의 없이 냉동 배아를 이식, 출산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냉동 배아를 둘러싼 각종 법적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8일 이시영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결혼 생활 중 시험관 시술로 둘째 아이를 준비했지만 수정된 배아를 이식받지 않은 채 긴 시간이 흘렀고 이혼에 대한 이야기 또한 자연스럽게 오가게 됐다”며 “(냉동 배아) 폐기 시점을 앞두고, 이식 받는 결정을 제가 직접 내렸다. 상대방은 동의하지 않았지만 제가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7년 9월 외식사업가 조모씨와 결혼한 이시영은 결혼 8년 만인 지난 3월 조씨와 이혼했다. 두 사람은 오랜 갈등 끝에 지난해부터 별거를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협의 이혼을 통해 갈라섰다.

문제는 이시영이 조씨와 함께 냉동 보관해둔 배아의 폐기 시한이 다가오며 발생했다. 이시영은 전남편의 동의 없이 임신을 선택한 것이다. 이시영이 임신 시기를 정확히 밝히지 않아 ‘혼인 중’ 배아 이식을 했는지, ‘이혼 후’ 배아 이식을 했는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전남편의 동의가 없었다는 부분에서 여러 논쟁이 불거졌다.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윤리법)’에 따르면, 배아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부부 두 사람의 서면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냉동 보존한 배아를 이식하는 단계에서까지 부부의 동의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다. 만약 냉동 배아 보존기한인 5년 이내 부부 중 한 쪽만이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다면,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판례 살펴보니...“시험관 시술 당시 묵시적 동의 인정”



국내에서는 아직 부부가 이러한 소송을 벌인 사례가 없지만, 이혼한 전 남편이 냉동 배아를 전처에게 이식해준 병원에 ‘손해배상 청구’를 한 판례가 있다.

이 판례에 따르면, A 부부는 2017년 혼인해 시험관 시술을 하기로 했다. 두 사람 다 병원에서 동의서를 작성했지만, 혼인생활은 5년 만에 파탄이 났다.

그런데 전처는 혼인 기간 중에 남편의 동의 없이 냉동 배아를 이용, 쌍둥이를 임신해 출산했다. 병원에서는 시술 당시 부부의 동의서를 요구했는데, 전처는 남편 대신 자신이 사인을 하고 시술을 받았다. 그러자 전남편은 병원 측에 자신의 동의 없이 냉동 배아를 이식해 경제적인 피해가 발생했다며 병원과 의사에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걸었다.

법원은 이러한 남편의 손배 청구를 기각했다. 이유는 배아 생성 단계에서 전남편이 작성한 ‘동의서’ 때문이었다. 법원은 “전남편은 이미 2018년 배아 생성 및 냉동보존 동의서를 작성했고 이후에도 시험관 시술에 전처가 자신을 대신해 서명하는 것에 동의한 적이 있다”며 “전처는 이후 시술에서도 전남편의 묵시적 동의가 있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남편은 배아이식에 관한 동의 의사를 변경하거나 철회하는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은 이상 이 시술을 위법행위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시영과 조씨의 경우 법적 분쟁까지는 가지 않고 당사자 간 태어날 아이 문제를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시영은 “제가 내린 결정에 대한 무게는 온전히 제가 안고 가려 한다”고 했고, 조씨는 언론을 통해 “아버지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전 배우자의 동의 없는 배아 이식에 대한 법률적 공백은 남아 있는 상황이다. 현행법 상으로는 부부 중 한 쪽이 병원에 ‘배아 폐기’를 요청하지 않는 이상, 이식 단계에서 한 쪽의 동의가 없어도 임신이 가능하다. 이 경우 태어날 아이의 ‘법적 아버지’가 누가 될 것인가에 더해, 양육비 및 향후 상속권 등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미국서는 ‘부모 되지 않을 권리’ 인정도

미국에서는 이미 1992년부터 냉동 배아를 놓고 이혼한 부부가 법적 분쟁을 벌인 사례가 있다. 미 테네시주의 ‘데이비스 대 데이비스’ 판결이 그것이다. 당시 아내인 메리 수 데이비스는 남편 주니어 루이스 데이비스와 이혼하며 냉동 배아의 ‘양육권’을 주장했는데, 남편인 주니어는 ‘아버지가 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며 반대했다.

법원은 메리 수가 여러 차례의 임신 시도 결과 더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된 점과, 루이스의 ‘부모가 되지 않을 권리’ 사이에서 깊은 고민을 했다. 대법원 최종 판결에서는 두 사람의 ‘사전 합의’가 없는 경우 ‘부모가 되지 않을 권리’가 우선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러면서도 다른 쪽 배우자가 유전적 자녀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없다면, 예외가 있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이 판결은 미국 다른 주에서 발생한 비슷한 분쟁에 영향을 줬다. 미국은 대체로 ‘부모가 되지 않을 권리’에 손을 들어주는 추세다. 지난 2017년에도 애리조나주 1심 법원은 이혼 부부의 냉동 배아 분쟁에서 ‘불임 가능성이 큰’ 아내 루비 토레스가 배아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다만 배아의 ‘잠재적 사람이 될 존재’를 존중해, 이 배아를 제3자에 기증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 판결이 논란이 되자 애리조나주 낸시 바토 상원의원(공화당)은 ‘토레스법’을 제정했다. 출산을 원하는 배우자에게 냉동배아를 제공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주의회에서 통과된 것이다. 미국 최초로 냉동배아로 아이를 낳으려는 배우자에게 배아에 대한 우선적 권리를 제공하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부모가 될 권리’와 ‘부모가 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논의가 전무한 상황이지만, 이시영의 사례로 생명윤리 등 각종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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