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살인` 증인석서 흐느낀 김성수 "기억 안나…동생은 무죄"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가 감정유치 영장 기한이 만료된 지난해 11월 20일 오전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유치장이 있는 서울 양천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가 동생 김모(28)씨의 공범 의혹에 대한 증인으로 나섰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 이환승)의 심리로 열린 14일 오후 공판기일에서 김성수는 증인석에 앉아 동생의 공동폭행 혐의와 관련해 “동생이 엮일 거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동생은 처음부터 싸움을 말리려고 했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검찰은 증인신문 전에 사건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김성수는 영상이 재생되는 내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반면 동생은 미동 없이 가만히 화면을 응시했다.

김성수는 이날 증인신문에서 지금까지 본인이 해왔던 진술에 대해 대부분 “기억이 안 난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검찰이 ‘(흉기를 가지러) 집에 다녀오면서 동생에게 피해자가 집에 가는 지 보고 있으라고 말한 사실이 있냐’라고 묻자 김성수는 “당시 흥분 상태라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아 그렇게 진술했는데 정확하지 않다”고 답했다.

또 ‘동생이 왜 때리는 사람(김성수)이 아니라 피해자의 허리를 잡았겠느냐’라는 질문에는 “검사님 같으면 주먹을 날리고 있는 상대를 말리실 건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공판기일에서 동생 김씨 측 변호인은 김씨가 형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 피해자를 잡고 싸움을 말렸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지난 2016년 1월 동생 김씨가 김성수와 다투다 양은냄비로 김성수를 가격하고, 야구 방망이로 김성수의 방문을 부숴 입건된 사실을 밝혔다.

그러나 김성수는 “그 사건 하나로 동생이 나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고 볼 순 없다”며 “내가 약을 먹고 있어 동생이 맞춰주는 관계였고 내가 동생과 싸우며 흉기를 꺼내 든 적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성수는 “경찰 조사를 받으며 동생의 거짓말 탐지기 결과에서 거짓이 나왔다고 들었고, 동생과 나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으면 재판부가 괘씸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해 추측성 진술을 했다”며 “어떻게 해야 죄를 줄일 수 있는지만 생각해 조사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성수는 “나중에 사설 변호사가 사실대로 이야기하는 게 동생을 도와주는 것이라 해 진술을 번복했다”고 덧붙였다.

김성수는 지난해 10월 14일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 신모(21)씨를 주먹으로 폭행하고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과 관련해 동생의 살인 공범 여부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

피해자의 유족들은 김씨도 공범이라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족 측은 김성수가 흉기를 휘두를 때 김씨가 피해자를 붙잡는 등 범행을 도왔다며 김씨를 살인 공범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최종수사 결과 김씨가 폭행에만 가담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폐쇄회로(CC)TV영상 분석 결과 김씨가 피해자의 허리를 잡아당기며 김성수의 범행을 도운 정황을 포착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성수가 흉기를 휘두르는 것을 김씨가 막은 장면이 녹화돼 있었고 이를 본 목격자들의 진술 등을 통해 살인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4월 11일 오후 2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