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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트럭 옆에 선 전기트럭…MAN 공장의 '수상한 동거'[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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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운 기자I 2026.09.21 17: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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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넘은 생산라인서 디젤·전기트럭 혼류 생산
차량별 주문 사양 따라 부품 공급·작업 이뤄져
직원 5000명 고전압 교육…숙련인력 전동화 전환
수요 따라 생산 비중 조절…투자·가동률 부담 낮춰

[하노버(독일)=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거대한 철제 프레임이 트럭 생산라인 위로 천천히 들어선다. 수십톤의 화물을 짊어져야 하는 대형트럭의 섀시(뼈대)는 자동차 부품이라기보다 건축 현장에서 슬쩍해온 철골 구조물처럼 보인다. 승용차의 뼈대와는 생김새부터 완전히 딴판이다.

독일 뮌헨 만트럭버스 공장 전경 (사진=MAN)
독일 뮌헨 만트럭버스 공장 전경 (사진=MAN)
얼핏 보면 줄지어 선 섀시가 모두 똑같아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철골 곳곳에 뚫린 크고 작은 구멍부터 단단히 조여진 볼트의 수까지 조금씩 다르다. 일정한 틀에 맞춰 대량으로 찍어내는 승용차와 달리 대형트럭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차체 구성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철과 철이 부딪치는 굉음, 작업을 재촉하는 작업자들의 외침, 쉴 새 없이 울리는 안전 경고음이 한데 뒤섞였다. 코끝에는 달큰한 쇳내가 감도는 가운데 라인 오른편에는 디젤 엔진이, 왼편에는 전기트럭용 구동계가 다소곳이 자기 차례를 기다린다. 보통이라면 좀처럼 조우할 일이 없는 두 부품이 어쩌다 한곳에서 나란히 서게 됐을까.

지난 18일 방문한 독일 뮌헨의 만트럭버스(MAN) 공장에서는 디젤트럭과 전기트럭이 하나의 생산라인을 따라 함께 만들어지고 있었다. 별도의 전기트럭 전용라인을 짓는 대신 70년간 디젤트럭을 생산해 온 기존 라인에 전기트럭 공정을 녹여낸 혼류생산 방식이다.

독일 뮌헨 만트럭버스 공장 전경 (사진=MAN)
독일 뮌헨 만트럭버스 공장 전경 (사진=MAN)
MAN 뮌헨공장은 1955년부터 수많은 트럭을 생산해 왔다. 축구장 약 140개에 해당하는 100헥타르 이상의 부지에서 대형트럭 TGS·TGX 시리즈와 캡, 구동축 등 주요 부품을 만든다. 디젤트럭의 역사를 일궈온 유서 깊은 공장이 이제는 같은 라인에 전기트럭까지 올려 보내며 상용차 전동화 시대를 이끄는 것이다.

작업자 앞 모니터에는 조립 중인 차량의 고유번호와 장착할 부품, 작업 순서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화면 한쪽에서는 해당 공정에 남은 시간을 나타내는 노란 숫자가 줄어들며 작업자를 재촉한다.

디젤트럭과 전기트럭이 한 라인에서 생산되지만 공정은 혼선 없이 차분하게 이어진다. 비결은 차량마다 부여되는 ‘트럭 레퍼런스 번호’에 있다. 차량별 맞춤 생산표 역할을 하는 이 번호에는 구동방식부터 고객이 주문한 세부 사양이 빠짐없이 담긴다. 지게차와 무인 운반차도 트럭 레퍼런스 번호에 맞춰 각 공정에 필요한 부품을 정확하게 실어 나른다.

독일 뮌헨 만트럭버스 공장 전경 (사진=MAN)
독일 뮌헨 만트럭버스 공장 전경 (사진=MAN)
승용차 공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대한 로봇팔은 눈에 띄지 않는다. 수많은 선택 사양에 유연하게 대응하려면 자동화 설비보다 숙련된 작업자의 손길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공장 관계자는 “작업량에 따라 하나의 공정에 2명에서 많게는 10명까지 함께 일한다”며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조커’라고 부르는 지원 인력도 투입한다”고 말했다.

조립의 하이라이트는 섀시와 캡(운전실)을 하나로 결합하는 이른바 ‘결혼’ 공정이다. 완성된 캡이 크레인에 매달린 채 천천히 제 짝인 섀시 위로 내려온다. 작업자 한 명이 크레인을 조종하고 다른 두 명이 위치를 정교하게 맞춘다. 앙상한 철제 뼈대에 얼굴이 붙으면서 비로소 익숙한 대형트럭의 모습이 완성된다.

겉모습이 완성됐다고 곧바로 출고장으로 향하는 것은 아니다. 트럭은 공정 곳곳에서 육안검사와 수동검사를 거치며, 캡을 결합한 뒤에도 각종 전자장치와 공기압 시스템의 작동 여부 등을 꼼꼼히 점검받는다. 모든 검사 항목에 ‘YES’가 기록돼야 비로소 처음 시동을 걸 수 있다. 하나라도 문제가 발견되면 별도 작업장으로 옮겨져 다시 검사를 받는다.

독일 뮌헨 만트럭버스 공장 전경 (사진=MAN)
독일 뮌헨 만트럭버스 공장 전경 (사진=MAN)
공장 관계자는 “모든 차량이 공정별 품질검사를 거치는 것은 물론, 매일 완성차를 무작위로 선정해 차량 하부와 캡 내부까지 다시 살펴본다”며 “정밀검사에는 반나절가량이 걸릴 정도로 작은 오류도 빠짐없이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기존 생산라인에 전기트럭 공정까지 더하는 작업은 결코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MAN은 2021년 뮌헨공장에 약 4000㎡ 규모의 ‘e모빌리티 센터’를 열고 실제 생산환경을 구현해 배터리와 전기트럭 조립공정을 사전에 검증했다. 최근 수년간 직원 5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고전압 기술교육도 실시하며 기존 인력을 전동화 시대에 맞는 생산인력으로 키웠다.

MAN 관계자는 “혼류생산의 핵심은 시장 수요에 맞춰 디젤트럭과 전기트럭의 생산 비중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기존 설비와 숙련 인력을 활용해 전동화 전환에 필요한 투자 부담을 덜고 수요 변화에 따른 공장 가동률 위험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뮌헨 만트럭버스 공장 전경 (사진=MAN)
독일 뮌헨 만트럭버스 공장 전경 (사진=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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