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철학자 오토 프리드리히 볼노는 저서 ‘인간과 공간’에서 지평선을 이렇게 정의 내렸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경계에 끝없이 수평으로 이어지는 지평선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자연적 현상이다. 인간은 결코 지평선에 다다르지 못하지만 그 지평선은 계속해서 인간을 따라 움직인다. 지평선이 인간과 자연의 유기적 관계를 나타내는 상징이기도 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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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주로 활동하며 석판화로 이름을 알렸던 작가는 최근 지평선과 자연의 풍경을 주된 작업 주제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평선을 주제로 작품 19점을 선보인다. 갤러리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만큼 작가는 낯설 수 있지만, 지평선을 주제로 우리의 존재를 성찰했다는 면에서 국내 관람객의 흥미를 끌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크고 작은 작품에서 지평선은 반복되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풍경은 제각각이다. 오히려 추상적인 만큼 관람객들의 상상력의 여지가 커진다. 마치 창 밖으로 펼쳐질 듯한 넓고 푸르른 들판과 그 뒤에 저 멀리 보이는 산이 느껴지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인 겨울 풍경이 담겨 있기도 하다. 옆에는 봄을 알리는 푸른 새싹이 피어나기도, 청명한 여름 하늘이 지나가면 이내 노을 빛 머금은 가을이 찾아오기도 한다.
이번 작품에는 작가의 어린시절에 대한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있기도 하다. 미쇼-뤼즈는 어린시절을 스페인 북서부 시에라 데 그레도스 산맥에서 보냈다. 푸르고 광활한 산맥의 모습을 작가는 캔버스에 지평선의 형상으로 담았다. 특히 햇빛에 반짝반짝 빛나던 산맥의 잔상을 담기 위해 그는 아크릴과 함께 운모(화강암 중의 하나로 빛나는 성질이 있음)를 작품에 사용했다. 그만큼 작품은 햇빛과 조명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모습을 나타낸다. 관계자는 “그의 화폭에 몰입하다 보면 주는 치유적 풍경이 있다”며 “그것이 때론 명상의 공간이 되기도, 우리 각자가 가진 풍경이 되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