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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전날(16일) 관저 내 주요 인사를 단행하며 이마이 다카야 정무비서관을 경질했다. 그는 아베 내각에서 정부정책 전반을 조율해 온 인물이다. 지난 2018년 일본 총리실과 함께 한국에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주도한 경제산업성 출신이다. 당시 아베 내각은 경제산업성 출신 관료를 총리관저 요직에 등용해 ‘경산성 내각’으로 불리기도 했다.
외교 분야에서도 외무성을 제치고 경제산업성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러시아와 쿠릴열도 분쟁 협상이 대표적 사례다. 세계 제2차대전 당시 적국으로 싸운 일본과 러시아는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를 둘러싼 영토분쟁으로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지난 2016년 아베 정권은 러시아에 경제협력을 제안해 여러 차례 협상했지만 영토 분쟁 해결에서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일본 언론들은 외무성이 아닌 경제산업성이 협상에 끼어든 탓이라고 지적했다.
스가 총리 역시 아베 내각 시절 때부터 경제산업성과 의견 충돌이 잦았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 속도에서 이견이 컸다. 아베 내각은 2015년부터 전국 평균 최저임금을 1000엔으로 인상하겠다며 4년 동안 매년 3%씩 인상했다. 이에 지난해 관방장관이던 스가 총리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연간 5%씩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이 중소기업에 부담이 된다며 이를 반대했다. 닛케이 등 일본 언론이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산업성이 신중하게 추진했던 정책을 스가 정부가 주로 파고들 것”이라고 전망하는 배경이다.
경제산업성 출신 이마이 정무비서관을 교체한 자리에 스가 총리는 자신의 비서인 이즈미 히로토를 앉혔다. 그는 스가 총리를 오랜 세월 보좌해 온 인물로 국토교통성 출신이다.
한편 스가 내각은 코로나19에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며 디지털화를 강조하고 있다. 스가 총리는 디지털청의 신설에 의지를 보이며 디지털 개혁 담당상을 새로 만들기도 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일본 행정이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라는 문제의식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일본 행정기관에서는 팩스로 정보를 교환해 감염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분석해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의료기관이 원활하게 소통하지 못하고 ‘일본판 재난지원금’인 1인당 10만 엔씩 현금지급 절차도 복잡하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스가 내각은 정계 최고의 IT 전문가로 알려진 히라이 타쿠야를 디지털 개혁 담당상에 등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