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헤지펀드들, 은행株 투자했다 대규모 손실…폐지한 곳도 나와

방성훈 기자I 2020.08.20 18:45:58

1~7월 은행지수 33% 급락…예대마진 급감·부실대출 우려
“기술·바이오 호재 난무…금융주 외면”
WSJ “은행주 무한신뢰하는 버핏조차 매각”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은행주에 ‘몰빵’했던 일부 헤지펀드는 투자 실패로 아예 폐쇄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월가의 고통스러운 최근 거래”라고 평가했다.

은행주에 투자했던 유명 헤지펀드들은 줄줄이 두 자릿수 손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2억 6600만달러를 운용하는 솔트레이크 기반의 헤지펀드 M3 파트너스는 올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의회의 경기부양 정책으로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되자 은행주를 대량 사들였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지난 2008~2009년 은행주에 투자해 32% 이상의 수익률을 거두는 등 재미를 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12.8%의 손실을 입고 있다. 연준의 제로금리 정책으로 은행들의 최대 수익원인 예대 마진이 급감한데다, 코로나19발 경기침체로 부실 대출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된 탓이다. 미 정부가 대출 상환 만기를 연장해줄 수 있는 정책을 내놨지만 되레 불확실성만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같은 우려가 반영되며 나스닥 은행업종지수(KBW나스닥 은행지수)는 올 들어 7월까지 33% 하락했다. 이는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가 5.8% 상승한 것과는 대비된다.

은행주 투자로 손실을 입어 투자를 아예 중단한 곳도 나왔다. 보스턴에 본사를 둔 헤지펀드 캐스틴캐피털은 지난달 23일 경영진이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17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업무를 중단할 것”이라며 “적어도 중기적 관점에서 앞으로 은행 주식은 투자할만한 것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경영진은 “연방 차원에서 코로나19사태에 대응하는 전략이 완전히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의 목표 주가도 신뢰할 수 없다”며 “통상 우리는 (대출)연체 수치를 살펴보고 은행 재무제표상 자본과 수익성을 판단해 투자해 왔는데,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투자가) 불가능하다고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채무 상환 만기가 지난 대출들이 갱신을 통해 다시 대출될 것인지, 아니면 갱신에 실패해 은행이 대량 손실을 입게 될 것인지 제대로 판단하기 힘들다”고 부연했다.

전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워싱턴 DC지부장 출신인 에마뉴엘 프리드먼이 이끄는 EJF캐피털은 은행·보험사 등에 투자했다가 21억달러 손해를 입었다. 이 때문에 올 들어 7월까지 손실율이 19.8%에 달했다. 40년 이상의 투자 경력도 맥없이 무너진 셈이다. 프리드먼의 조카가 설립한 FJ 캐피탈도 주력 펀드의 수익률이 26.3% 뒷걸음질쳤다. 이외에도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토스카펀드 어셋 매니지먼트 역시 손실율이 17.4%까지 떨어졌다.

뉴욕 올드팜파트너스의 키에런 카바나 공동창업자는 “현 시점에서 생명공학이나 기술 부문은 관심거리가 많지만 금융 부문은 그렇지 않다”며 “많은 자본들이 금융 부문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WSJ는 “헤지펀드들이 올해 은행주 투자로 피를 흘리고 있다”며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마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주식을 제외하고 수십억 달러어치 은행주를 대거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버핏 회장은 ‘은행은 다른 기업들에 비해 큰 실수를 하지 않는다’며 은행주 투자를 선호해왔다.

SEC에 따르면 버크셔는 지난 2분기 보유하고 있던 웰스파고 주식 중 25%인 8560만주를 매각했다. JP모건체이스 주식도 3550만주를 내다 팔아 2분기말 현재 222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주식도 6월말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M3 파트너스 등은 올해 3분기에는 은행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 정부가 경기부양책으로 내놓은 중소기업 대상 급여보호프로그램(PPP) 대출이 수수료 수입을 높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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