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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화원들 호소 “세종청사 근무 불안”
23일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 공무직 노사협의회에 따르면 공무직 노조인 공공연대노조는 행안부에 공문을 보내 △확진자가 발생한 근무공간의 공무직 전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 △하루 1개 이상의 마스크 지급 △공무원 확진자의 청사 내 동선 정보 제공 △근무지 폐쇄나 자가격리 등 적극적 예방·확산방지 대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김민재 공공연대노조 충남세종지부장은 “환경미화·청원경찰·안내 등 청사 공무직들은 업무특성상 집단 생활을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난다. 사무실에 근무하는 공무원들과 달리 여러 장소를 이동할 수밖에 없다”며 “선제적 조치를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어서 근무자들이 불안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앞서 해양수산부는 지난 10~15일 직원 전수검사를 실시했지만 당시 공무직은 일부만 검사를 받고 전수검사는 없었다.
해수부·농림축산식품부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50대 미화원은 뒤늦게 검사를 받고 지난 2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같이 근무한 60대 미화원은 지난 13일 음성 판정을 받고 다시 일터로 나왔다. 그는 해수부·농식품부 건물(세종청사 5동)에서 일한 뒤 지난 2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렇게 확진자가 나온 뒤에야 세종청사 5동 건물에서 일하는 공무직들에 대한 전수검사가 실시됐다.
이들 미화원들의 소속은 행안부 정부청사관리본부, 근무지는 해수부·농식품부다. 이강혁 대전시 보건복지국장은 “소속(행안부)과 근무지(해수부·농식품부)가 달라 (방역) 사각지대가 있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무직 A씨는 “교육부, 보건복지부, 국가보훈처, 인사혁신처, 대통령기록관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소속 공무원들은 검사하면서도 해당 부처나 인근 부처에서 일하는 공무직들에 대한 전수검사는 없었다”며 “미화원 한 분이 으슬으슬 춥다고 하니까 그제서야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증상이 없으면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스크조차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 50대 이상 고령층이 많은 미화원들은 아침 6시30분께 출근하다 보니 제때 시간에 맞춰 마스크를 사기 힘들다. 그렇다고 공무원 확진자들이 소속된 사무실 위치, 청사 내 확진자 동선조차 공무직들에게는 제때 공유되지 않아 불안한 상황이다.
공무직 B 씨는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이 미화원들의 마스크를 챙겨준 적 있는데, 그 후에도 부족해 마스크 하나를 1주일째 쓰며 버티고 있다”며 “출근할 때마다 불안하다. 감염 우려가 있어도 청사로 출근할 수밖에 없는 공무직들이 마스크 걱정 없이 일하게 해달라”고 하소연했다.
한창섭 정부청사관리본부장은 “마스크 구입이 힘들다 보니 현재 1주일에 공무직 1인당 2장씩 지급하고 있다”며 “검사 대상은 청사관리본부가 임의로 정한 게 아니라 방역당국이 밀접 접촉자를 파악해 지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김포공항 경비·미화원도 지하실 휴식”
특히 지하 휴게실을 통한 ‘집단 감염’ 우려가 크다. 현재 미화원, 설비 등 공무직들은 지하에 위치한 휴게실을 사용 중이다. 공무직 C 씨는 “창문도 없는 밀폐된 락커룸에서 옷도 갈아입고 대기하다 보니 콜센터처럼 집단감염이 될 우려가 있다”며 “지하 락커룸을 폐쇄하고 공무원 사무실처럼 창문 있는 지상에 휴게실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직들도 비슷한 불안감을 토로했다. 한전(015760)에서 근무하는 공무직 D 씨는 “한전 직원들은 햇볕이 들어오는 좋은 자리에 사무실이 있는데, 시설·미화·경비직 탈의실은 지하에 있다”며 “밀폐된 공간에서 집단생활을 하기 때문에 공무직 한 명이라도 감염되면 삽시간에 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포공항에서 일하는 50대 환경미화원 E 씨는 “밀폐된 지하 1층에 락커룸을 마련해 놨는데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돼 못 가는 상황”이라며 “공항 이용객이 줄어도 하루에 만명 넘게 이용하고 있는데 미화원 등 공무직들은 불안해도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다. 검사는 각자 알아서 받으라고 해 누가 감염됐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공무직들에 대한 일관된 복무·의료지침을 마련하고 환경 개선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라 중앙·지방정부, 학교, 공공기관 등에 근무하는 공무직들은 전국 20만명에 달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작년 10월 국감에서 범부처 협의체인 공무직위원회를 연내에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출범조차 못한 상태다.
이정민 공공연대노조 기획실장은 “청소·경비 등 민원인들을 상대하는 공무직들은 열악한 방역 사각지대에 처한 상황”이라며 “전국적으로 실태조사를 추진하고 신속하게 건강권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무직위원회도 빨리 출범시켜 공무직들의 애로사항을 챙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이병훈 공공기관위원장(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은 “정규직 전환이라는 대선 공약에 따라 공무직이 늘어났는데 처우 관리는 제대로 안 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제라도 정세균 국무총리가 직접 챙기면서 대선공약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무직=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2년 이상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무기계약직을 뜻한다. 청소·경비·조리·조경·시설관리·사무보조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문재인정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2017년부터 작년까지 17만4000명이 공무직으로 전환됐다. 정부는 올해까지 20만5000명(누적)을 자회사나 직접고용을 통해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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