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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 “본질은 계파 이기주의, 해당 행위”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은 7일 오전부터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말의 잔치를 쏟아냈다. 가장 먼저 나선 건 김 원내대표다. 그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작심하듯 바른정당계·친(親)안철수계 등 반 손학규 세력을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현재 벌어지는 바른미래당 사태의 본질은 ‘계파 이기주의’에 눈이 멀어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들”이라며 “계파정치를 통해 당을 흔들어대고 있다. 해당 행위다”고 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실상 유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바른정당계를 향해 “한국당과의 통합이나 연대를 감안하고 있거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밖에 안 보인다”며 “바른미래당의 이름으로, 기호 3번을 달고, 자유한국당이나 민주당과의 연대나 통합 없이 당당히 총선에 나가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는 의사표현을 하겠다면 저는 즉시 그만두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김 원내대표가 사실상 배수의 진을 친 것으로 해석한다.
반 손학규 진영, 특히 바른정당계는 SNS를 통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이들은 김 원내대표 불신임의 본질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보였던 ‘무리한 사보임’이라고 주장했다. 지상욱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패스트트랙 지정 투표 당시 ‘사보임은 없다’는 조건을 걸었다”며 “사보임을 안 한다는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거짓말로 일관하더니, 급기야 3분의 2 의원들이 ‘사퇴하라’ 하니 궤변을 내세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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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특위 위원에서 사보임 됐던 오신환 의원(당 사무총장) 역시 김 원내대표를 향해 “양치기 소년이 늑대로 돌변했다”며 “소속 의원에게 갑질을 하려 하고 있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사보임을 안 하겠다는 약속을 깬 것은 물론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동료 의원들의 신뢰를 철저히 훼손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의원 15명의 서명을 받은 의총 요구서를 전달한 유의동 의원(원내수석부대표)은 오후에 기자회견까지 열며 김 원내대표의 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그는 “의총 소집의원 중에 바른미래당을 떠날 의원은 아무도 없다”며 김 원내대표의 발언을 되받아쳤다. 다만 실제 유승민 전 대표를 포함한 의총 요구 의원들의 직접적인 답변은 듣지 못한 걸로 알려졌다.
현재 당원권 정지 의원 등을 제외한 바른미래당의 재적의원은 24명. 김 원내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의총에 서명한 의원은 과반이 넘는 15명이다. 큰 이변이 없다면 김 원내대표 불신임 안은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헌당규상 김 원내대표가 자진해서 직을 던지지 않아도 문제는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내달 말로 예정한 차기 원내대표 선거까지 지금과 같은 갈등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더 큰 문제는 친 손학규·반 손학규, 어느 쪽에서 원내대표를 배출해도, 손 대표를 인정하거나 손 대표가 직을 물러나지 않는 이상 갈등 봉합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당 내분을 거치면서 지지율은 반토막이 났다. 당 유력주자인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도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면서 “그나마 있던 정치적 자산도 형해화(形骸化)됐다. 모두가 잃는 싸움을 하는 중이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