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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거래 68% 해외서…"국제화 성패는 '원화 유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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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 기자I 2026.08.26 15: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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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硏 ‘원화 국제화 기대효과와 과제’ 보고서
지난해 NDF 일평균 거래 681억달러…현물환의 2배
“제도 개방만으론 부족…실제 시장 참여·호가 공급 중요”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원화 국제화의 성패는 단기적인 원화 가치의 등락보다 해외에서 실제 ‘원화 유동성’이 얼마나 충분히 형성되는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 글로벌 시장의 원화 거래 수요가 상당한 만큼 제도적 개방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금융기관의 실제 거래 참여를 끌어내 원화 시장의 폭과 깊이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원화 거래 68%는 역외서…NDF 하루 681억달러

26일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원화 국제화의 기대효과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원·달러 차액결제선물환(NDF)의 글로벌 일평균 거래 규모는 약 681억달러로 현물환의 두 배 수준까지 확대됐다. 전체 원화 외환거래의 약 68%도 역외에서 이뤄지는 등 원화 거래의 무게중심이 해외에 형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를 원화에 대한 글로벌 거래 수요가 부족해서라기보다 국내 외환시장이 이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거래·결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면서 상당한 거래가 역외 NDF 시장으로 이동한 결과로 분석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원화를 ‘규제통화’에서 ‘자유교환통화’로 전환하기 위한 ‘원화 국제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기존 외환시장 개방과 거래시간 확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역외 원화결제 인프라를 구축해 원화의 거래·결제 기반을 해외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새로운 원화 수요를 만들어내는 정책이라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글로벌 원화 거래 수요가 실제 원화의 보유·조달·결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제약을 완화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해외에서도 원화를 실제 보유하고 조달·결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 현재 NDF에 집중된 거래 수요의 일부가 현물환과 인도가능 선물환, 외환스왑, 원화 단기자금시장 등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채권 등 자본시장은 이미 빠르게 국제화됐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원화 거래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는 점도 원화 국제화의 필요성으로 꼽혔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와 국내 투자자의 해외증권투자가 늘면서 국경간 증권투자 규모는 지난해 말 약 2조 6180억달러로 2010년 말보다 4배 이상 확대됐다. 반면 원화의 거래와 환헤지, 자금조달·결제는 여전히 국내 외환시장과 금융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사진=자본시장연구원
사진=자본시장연구원
“제도만 열어선 부족”…환율보다 ‘시장 깊이’ 봐야

보고서는 원화 국제화 과정에서 제도적 개방과 함께 실제 원화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역외에서 원화를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유동성이 자동적으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은행과 기관투자자의 실질적인 시장 참여와 마켓메이커의 안정적인 호가 제공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정책의 성패가 단순한 역외 거래량 증가나 거래 가능성 확보보다는 글로벌 시장 참가자의 실제 원화 거래와 유동성 공급이 활성화돼 충분한 규모와 깊이를 갖춘 시장이 형성되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시장 참여자가 늘어나면 특정 방향으로 주문이 몰릴 때 이를 반대편에서 받아줄 유동성도 확대된다. 현재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수출입 기업의 결제·네고(달러 매도)나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등 실수요가 한쪽으로 집중될 경우 단기 환율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글로벌 금융기관의 참여가 늘어나면 같은 규모의 외환 수요가 발생해도 환율에 미치는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원화 유동성이 확대되면 원화와 원화자산의 거래 편의성과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고 유동성 부족에 따른 가치 할인이 줄면서 원화 가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

다만 원화 국제화로 글로벌 금융시장과의 연결성이 높아질수록 해외에서 발생한 충격이 원화시장에 더 빠르게 전달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역내외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과 시장 불안 시 유동성 관리체계도 함께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원화 국제화의 핵심은 ‘원화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원화를 깊고 유동적인 통화로 만드는 것’”이라며 “정책의 성패 역시 단기적인 환율 변화보다 충분한 원화 유동성과 안정적인 거래·결제 및 위험관리 인프라가 실제로 형성되는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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