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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코로나19 방역전략,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바꿔야"

노희준 기자I 2020.09.17 17:08:00

최원석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 인터뷰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점점 더 어려워져
소상공·자영업자 피해 볼 때 방역강화만 정답 아냐
어느 위험까지 감내할지 사회적 공론화 더 필요
방역기준 세분화하고 위험·피해 따라 탄력 적용해야
스웨던 집단 면역 성과(?)...효과라는데 동의 못해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역 전략을 재설정해야 한다. 어느 정도 코로나19의 위험수준을 감내할 것인지 사회적 논의를 만들어가고 피해를 더 많이 볼 수 있는 대상을 잘 보호하기 위한 전략을 강화해야 할 때가 됐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7일 전화 인터뷰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2주와 이후 2단계 동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겪는 어려움이 굉장히 커지는 게 느껴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교수는 “지금 방역이 너무 중요하니 어떻게 막을지에 관심이 많지만, 이것과 더불어 계속 피해가 누적된 이들을 생각한다면 무조건 방역강화만을 선택할 수는 없다”면서 “정부 방역이 틀렸다거나 방역보다 경제가 우선이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위험도를 일정수준 감내할 수밖에 없다면 어느 단계의 위험을 감내할 것인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7일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53명 늘어 총 확진자는 2만2657명이 됐다. 신규 확진자는 지난 11일(176명) 이후 전날까지 100명대 초반에 머물다가 100명 중반대로 올라섰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신규 확진자가 441명으로 정점을 기록한 후 30일부터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적용했고 지난 14일 2단계로 완화했다. 수도권 이외의 전국에는 2단계가 시행중이다.

최 교수는 방역 기준과 적용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거리두기를 강화하면서 기존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지 못했다”며 “현 기준이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거리두기 단계를 1.2.3단계로 만들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9월초 강화된 거리두기라는 2.5단계를 적용했다. 정부는 11월 전에 거리두기 3단계를 개편할 방침이다. 최 교수는 “거리두기 단계는 조금 더 세분화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확진자 변화에 바로바로 적용하기가 어렵다. 방역 조치는 조기에 작동하지 않으면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거리두기 적용에서도 탄력적인 운용을 주문했다. 코로나19를 ‘전파할 위험’과 방역 강화로 입을 ‘사회경제적인 피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가령 전파 위험도는 높고 방역 강화에 따른 사회적 피해가 적은 곳은 전파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관리하되 전파 위험도가 낮고 방역에 따른 피해가 큰 곳이라면 느슨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신규 확진자 등을 중심으로 한 거리두기 단계 설정 기준에 의료체계 감당 정도도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절대적인 환자 숫자도 봐야 하지만 중증도 역시 중요하다”며 “고령자 비율이나 가용 가능한 중환자 병상 수준 등이 실제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하는 기준으로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중증환자나 사망자 등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준은 거리두기 단계 조정 기준은 아니다.

내달 12일부터 초등학교 1학년과 중학교 1학년의 매일 등교를 주장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제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봤다. 그는 “학교에 매일 등교하면 지금보다 전파 위험도가 높아지지만 어떤 사람은 보육과 교육의 간극이 벌어지는 게 더 심각한 사람들이 있다”며 “단기간에 이견이 커서 한가지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면 탄력적인 운용을 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봤다. 가령 온라인 수업이 잘 되는 학생이라면 등교 선택권을 주는 식으로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느슨한 방역 조치를 하는 스웨덴의 ‘집단 면역’ 실험이 성과를 보인다는 일각의 시각에는 “그걸 효과라고 말하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코로나를 제일 빨리 종식하려면 아무 방역도 하지 않아 죽을 사람은 죽고 걸릴 사람은 다 걸리게 하면 된다”며 “그렇게 하면 피해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스웨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지난 6월 1000명대에서 8월에 200명대로 떨어졌고 이달 초 100명대 초반으로 더 낮아졌다.

최 교수는 추석 기간의 방역과 관련해선 조금 더 위험을 함께 감당하고 함께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지방에 계신 어르신들은 ‘올해는 오지 말라’는 플래카드를 내건 데도 있다고 하는데 (일부)휴가지나 휴양지는 이미 예약이 꽉 찼다고 한다”며 “여기서 모이는 건 위험하고 저기서 모이는 건 위험하지 않은 게 아니다. 방역은 누군가만 노력하고 누군가만 피해 보는 상황은 곤란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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