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 김준연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KOSTEC·한중과기협) 센터장은 중국 기술 굴기를 통해 한·중 과학기술 상황이 뒤바뀌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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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기술 자립화를 목표로 세운 ‘제조 2025’를 발표한 2015년부터 첨단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비야디(BYD), 샤오미가 커지고 화웨이가 있고 유니트리(휴머노이드 로봇 업체)까지 모두 우리가 목격하고 있다”며 이미 중국 기술 굴기 성과가 완연하다고 김 센터장은 지적했다.
제조 2025에 이어 김 센터장이 주목한 정책은 ‘인공지능 플러스’(AI+)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지난해 3월 내놓은 AI 정책인데 이를 통해 ‘소품종 다량 생산’이라는 과거 생산 방식이 ‘다품종 소량 생산’을 넘어 모든 소비자에게 개별 맞춤이 가능한 ‘다품종 다량 생산’으로 변화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AI 중심의 알고리즘이 일상화하고 로봇이 중심이 되는 실질 생산성 향상이 목표”라면서 “지금까지가 한·중 경쟁 영역이 전통 제조업이었다면 앞으론 전방위로 넓어져 우리 타격도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례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예로 들면 중국은 이미 사실상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그는 “유니트리의 로봇이 인터넷에서 9만9000위안(약 1900만원)에 파는데 재미있는 건 로봇의 액츄에이터(관절 역할 부품)도 판다는 것”이라면서 “과거 공장에서 나사 부품을 찾았다면 이젠 액츄에이터를 구하는 셈으로 그만큼 로봇이 대량 생산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기술의 핵심은 ‘인재’다. 김 센터장은 “예전엔 핵심 인재를 미국 등 선진국에 뺏겼는데 요즘 자료를 보면 중국에서 기른 젊은 인재들이 현지에 머무르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면서 “중국의 연구개발(R&D) 투자 중 약 20%가 ‘영 사이언티스트’(young scientist·젊은 과학자) 부분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중국이 기술 영역에서 성과를 거두며 성장했지만 한국과의 교류는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라고 그는 지적했다.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우려, 연구자들의 미국·유럽 등 선진국 선호 등이 이유라는 분석이다.
김 센터장은 “우리의 산업 경쟁력도 높지만 이미 기초과학 분야에선 중국이 앞선 상태”라면서 “중국이 지금 대내외 여건이 악화하면서 국제 협력을 늘리려고 하는데 이는 한국에 나쁘지 않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기술 제재를 받는 중국이 돌파구로 과학기술 공동연구를 모색하고 있는데 이미 기본 경쟁력을 갖춘 인접국 한국이 적합한 상대라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딥시크(생성형 AI 운영업체) 등장은 전세계에 중국 R&D 능력을 보여준 단초 역할을 했다”면서 “한국에서도 연구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중과기협은 올해 10월부터 AI, 생명공학, 6세대 이동통신(6G) 등 6대 전략 분야를 대상으로 양국 과학기술 교류 프로그램을 시작할 계획이다. 양국간 학자들이 주요 관심 분야에서 서로 연구 성과를 교류하면서 협력을 확대하자는 취지다.
김 센터장은 “이미 연구가 상당 부분 이뤄진 분야에선 이해관계가 얽히지만 기초 R&D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많아 협력할 여지가 크다”며 “공동연구를 통해 특허도 함께 낸 후 기술 상용화 등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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