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지난 17일 쿠팡의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큰불은 잡았지만 화재 5일째인 이날도 잔불 처리 작업을 위해 소방대원들이 투입됐다. 소방당국은 건물 내부에 가연성 물질이 많아 완전히 진압하는데 하루 정도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재 직후 빠른 대피로 직원들의 피해는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화재현장에 출동해 불을 진입하던 김동식 구조대장이 순직했다. 쿠팡 측은 유가족을 평생 지원하고 순직 소방관 자녀를 위한 장학기금도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화재로 근무가 어려워진 1700명의 직원들에게는 근무를 하지 않더라도 급여를 정상적으로 지급하는 한편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한 투자와 노력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쿠팡의 발빠른 대응에도 정작 소비자 사이에서는 쿠팡을 대상으로 한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트위터에는 쿠팡 탈퇴가 실시간 이슈 1위에 올랐다. ‘쿠팡 탈퇴’라는 내용을 포함한 트윗이 10만건 이상 쏟아졌다. 이용자들끼리 쿠팡 회원 탈퇴 절차를 소개하거나 탈퇴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이들은 쿠팡의 빠른 배송의 편리함을 포기하더라도 안전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묻겠다고 나선 상황이어서 쉽게 불매운동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다.
특히 이들은 쿠팡 창립자인 김범석 의장에 비판의 화살을 겨누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지 5시간 만에 김 의장이 국내 법인 의장 및 등기이사 자리에서 사임한다는 뜻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려 꼼수 사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이 안전의무를 위반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법안이다. 법 시행이 내년 1월이어서 김 의장은 이번 화재에 따른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향후 국정감사 등에 불려 나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피하려고 선제적으로 사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여기에 쿠팡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물류센터 노동자 7명이 잇따라 사망했다. 이런 가운데 쿠팡이 노동자를 부품처럼 생각한다는 증언들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노동자 사망사고에도 김 의장이 단 한 번도 직접 사과하거나 대책을 발표한 적도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이번 화재사고 역시 화재 초기에 스프링클러가 8분 동안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안전불감증을 꼬집는 소비자 사이에서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쿠팡 불매운동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기준 전체 고객이 1485만명에 달한다. 유료인 로켓와우 멤버십 가입자도 470만명이 넘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가 18%로 1위. 쿠팡이 13%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이베이코리아가 12%, 롯데쇼핑(023530)의 롯데온이 5%, 이마트(139480)의 SSG닷컴이 3% 등으로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네이버가 CJ대한통운과 손을 잡고 로켓배송 서비스에 뛰어든 점과 쿠팡 불매운동 그리고 신세계도 이베이코리아 인수 등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변화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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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쿠팡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서 화재..5일째 진화 작업 중
- 김동식 구조대장 순직..이날 오전 영결식
◇ 사태는 대충 수습이 된 거 같은데.. 왜 불매운동이 일고 있지?
- 화재 발생 5시간 만에 김범석 의장 사임 뜻 밝혀
- “중대재해처벌법 피하려는 꼼수 사퇴” 지적
- 1년 6개월 사이 쿠팡 노동자 7명 과로사 비판
- 트위터 등 온라인에서 ‘쿠팡 불매’ 움직임 확산
◇ 이 와중에 네이버(035420)와 CJ대한통운(000120)은 로켓배송 본격화를 예고했는데.. 시장에 변화가 일까?
- 로켓배송으로 이용자 모은 쿠팡..멤버십 가입자 470만명
- 네이버도 로켓배송 서비스 시작..AI 등 기술 접목
- 신세계(004170), 이베이코리아 인수 참여..업계 ‘지각변동’ 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