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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신혁재)는 24일 오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 사기적 부정거래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업무상 배임·배임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문 전 대표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표 측은 “수사 기록이 21권에 달해 모두 확인하지 못했는데, 다음 재판 전까지 의견서를 제출하겠다”며 혐의 인정 여부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이날 문 전 대표는 미결수를 뜻하는 황토색 수의를 입고 오른쪽 눈에 안대를 착용한 채 공판에 출석했다. 문 전 대표는 몸이 불편한 듯 걸어 나올 땐 오른쪽 팔로 목발을 짚기도 했다. 재판부가 직업을 묻자 문 전 대표는 “신라젠 대표이사였으나 최근에 사퇴했다”고 힘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이날 공판에선 문 전 대표가 단독으로 기소된 스톡옵션 관련 업무상 배임·배임미수 혐의에 대한 증인 신문 일정이 논의됐다. 검찰은 해당 혐의와 연관된 주요 증인이 외국에 거주하고 있다며 오는 29일부터 한 달여간 국내에 머무는 이 증인의 일정에 맞춰 먼저 증인 신문을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한 2주 격리 기간을 고려해 다음 달 14일 해당 증인을 불러 신문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2014년 3월쯤 자기 자본 없이 350억원 상당의 신라젠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해 191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BW는 발행 이후 일정 기간 내 미리 약정된 가격으로 발행 회사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다. 검찰은 이들이 신라젠에 대한 자신들의 지분율을 높이고자 350억원 규모의 BW를 인수한 뒤 신주인수권을 행사하기로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檢 “문은상 등 ‘자금 돌리기’로 수천억 이득”
검찰에 따르면 2014년 당시 페이퍼컴퍼니 ‘크레스트파트너’가 당시 동부증권(현 DB금융투자)으로부터 350억원을 대출받아 이를 문 대표 등에게 빌려줬고, 문 전 대표 등은 이 돈으로 신라젠 BW를 사들였다. 신라젠은 이틀 뒤 납부된 BW 대금 350억원을 크레스트파트너에 빌려줬고, 크레스트파트너는 같은 날 동부증권에 빌린 돈 350억원을 갚았다. 신라젠은 1년 뒤 350억원의 BW 원금을 문 전 대표 등에 상환했고, 이 돈은 크레스트파트너로 흘러가 크레스트파트너가 신라젠에 빌린 돈을 갚으면서 자금 거래는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문 전 대표 등이 2015년 11~12월 1000만주의 신주인수권을 주당 3500원에 행사하며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350억원이라는 돈이 한 바퀴 도는 사이 문 전 대표 등은 자기자본 없이 신주인수권을 확보했지만, 정작 신라젠에는 자금 조달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문 전 대표 등은 2013년 7월 신라젠이 한 대학 산학협력단에서 특허권을 매수할 때 매수대금을 7000만원에서 30억원으로 부풀려 지급하는 방법으로 신라젠에 손실을 끼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또 문 전 대표가 본인 명의로는 스톡옵션을 부여받을 수 없는 지위에 있다는 걸 알고, 2015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지인 5명에게 자신의 몫을 포함해 스톡옵션 46만주를 부풀려 부여한 뒤 스톡옵션을 행사해 취득한 신주 매각대금 중 총 38억원 가량을 현금 등으로 돌려받았다고도 보고 있다.
한편 문 전 대표에 적용된 다른 혐의에 대한 공판은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들의 재판과 병합돼 진행된다. 이들의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일 오후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