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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인규 DGB금융 회장은 이날 긴급 임원회의를 개최해 회장직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23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대구은행장직 사임 의사를 밝힌 데 이어 회장직에서도 물러난 것이다.
당시 박 회장은 새로운 은행장을 선출한 후 상반기 내 회장직 관련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었으나 일주일 만에 돌연사임 의사를 밝혔다. 전날 검찰이 “윗선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 확대 의지를 표명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오자 결국 결정을 앞당긴 것으로 해석된다.
박 회장은 2014년 3월 지주 회장과 대구은행장에 동시 선임돼 그룹을 이끌어왔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해 임기 3년을 연장했으나 결국 불명예 퇴진으로 연임 임기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현행 상법상 사임 의사를 밝힌 대표이사는 후임 대표가 취임할 때까지 권리의무가 있기 때문에 박 회장은 당분간 법적으로 정해진 역할을 맡게 된다.
박 회장이 지난 4년간 이끌어 온 DGB금융과 대구은행에선 최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에서 드러난 채용비리 의혹과 함께 약 30억원 가량의 비자금 조성 혐의, 비정규직 여직원 성추행 논란 등 각종 비리와 불법행위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2016년 7급 행원 신규 채용과정에서 은행 임직원과 관련된 지원자 3명에게 간이 면접을 통해 최고등급을 주는 방식으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지원자들은 모두 최종합격했다. 검찰은 지난 28일 업무방해 혐의로 대구은행 전 인사부장과 현직 인사 실무자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상태다. 앞서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박 회장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거취 여부에 압박이 가해진 것이다.
박 회장은 2014년 3월 취임 당시부터 지난해 7월까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산 후 수수료를 떼고 되팔아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 깡’ 수법으로 32억 7000만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업무상 횡령 혐의로 대구은행 제2본점과 박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으며 이어 지난 2월 박 회장과 은행 관계자 16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더해 지난해 7월에는 대구은행 간부급 직원 4명이 회식 등의 자리에서 비정규직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박 행장은 직원 4명에게 정직 등 중징계를 내린 후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긴급 임원회의에서 얼굴을 드러낸 박 회장은 “일련의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통감하고 주주와 고객, 임직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수습에 나선 DGB금융와 대구은행은 나흘 뒤인 내달 2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앞으로의 구체적 일정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