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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시작한 봉사, 17년간 2만시간…장학재단 설립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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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기자I 2025.07.30 14:08:53

경기도 최연소 '도자봉이' 김윤주 봉사자 인터뷰
2007년 봉사활동 시작해 현재 2만2258시간 봉사
"가르쳤던 아이들 성인 돼서 봉사자로 만나 '뿌듯'"
"항상 지원하는 남편과 아이들 위한 장학재단 만들것"

[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길가다 우연히 마주친 자원봉사자 모집 현수막 보고 참여했는데 시작한 첫날 집에 와서 ‘내가 평생 이 길을 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2007년 첫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해 현재까지 2만 2258시간 봉사활동 기록을 세우고 있는 김윤주(여·54·경기시흥시) 봉사자의 회상이다.

경기도가 지난 6월 개최한 자원봉사대회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로부터 “최연소 ‘도자봉이’ 타이틀을 가졌는데 도대체 몇 살때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했는지 궁금합니다”라는 말로 소개받은 김윤주 봉사자.

김윤주 자원봉사자. (사진=본인 제공)
대부분 봉사자들이 생업을 이어가는 경제활동 외 시간에 자원봉사를 하는 것과 달리 김 봉사자는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일을 자원봉사로 했기 때문에 54세 젊은 나이에 2만 시간이 넘는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다. 경기도에 30명 남짓한 ‘도자봉이’는 경기도가 지정하는 자원봉사 명예의 전당 제도의 최고 권위 자원봉사자를 일컫는다.

김윤주 봉사자는 보통 사람들이 하루 8시간 근무할 시간에 자원봉사를 했다. 이렇게 하면 꼬박 2782일 동안 자원봉사를 한 셈이다.

그는 “‘도자봉이’는 상장의 의미보다 오롯이 내 힘과 내 시간으로 지금까지 쌓아 올린 시간의 누적이고 나만의 기록이며 인증”이라며 “다른 사람들은 일을 해서 돈을 벌어 모아 놓은 돈이 있다면 나에게는 모아 놓은 돈 대신 봉사시간이 돈이고 적금이며 인생”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앞서 회상한 첫 봉사활동 당시가 김 봉사자는 여전히 생생하다. 그는 “봉사를 시작한 첫날, 지역아동센터에서 만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은 한글도 제대로 쓰지 못한 친구들이 많았다”며 “다음 날 청소도구를 들고 가서 공부방 청소, 아이들 손톱 깎아주고 귀도 파주면서 학습지도를 시작한 교육봉사활동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교육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김윤주 봉사자.(사진=본인 제공)
이렇게 시작한 김윤주 씨의 자원봉사는 복지관, 지역아동센터, 도서관에서 노인은 물론 아동·청소년을 위한 온갖 교육활동은 물론 악기 연주 같은 공연 봉사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런 김 봉사자를 뿌듯하게 하는 것은 자원봉사의 선순환이다. 그는 “초등학생 때 내가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르쳤던 아이들이 성인이 돼서 자원봉사에 참여해 만나는 친구들이 있다”며 “같은 사회인으로서 한 몫을 잘 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아주 반갑고 기특하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 봉사자는 이런 자원봉사의 보람을 댓가를 바라지 않는 ‘무보수성’과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자발성’에서 찾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뭔가를 바라지 않는 남을 돕는 내 행동에 누군가 진심어린 감사의 표현을 해주는 것 자체가 도파민을 돋게하는 보람”이라며 “돈을 받지 않아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이런 부분에서 보람을 느끼는 것 자체가 기쁨이 된다”고 말했다.

또 하나 김 봉사자가 말하는 자원봉사의 에너지는 나 스스로의 성장에서도 찾을 수 있다. 김 봉사자는 “아주 쉬운 영어단어 조차 읽지 못했던 중학생을 가르친 뒤 영어가 재미있어 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에는 나 스스로 더 공부해서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줘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은 각종 외국어 능력 검정은 물론 50개가 넘는 자격증과 사회복지, 상담 등 학위까지 취득해 더 많이 베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열린 경기도자원봉사대회에서 김윤주 봉사자(오른쪽)가 김동연 경기도지사로부터 ‘도자봉이’ 인증패를 받고 있다.(사진=본인 제공)
김 봉사자가 이렇게 봉사활동에 하나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한 것에 가족의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꾸준히 지속적으로 봉사를 하시는 분들의 거의 대부분은 가족 분들의 협조가 있을 것”이라며 “남편이 아이들 학용품이나 문제집, 간식을 꾸준히 사주면서 봉사활동을 지원하고 있는데다 이미 독립 생활을 하고 있는 3명의 자녀들 역시 엄마의 자원봉사를 적극 지원하고 있어 항상 든든하다”고 감사의 뜻을 대신했다.

이런 그의 봉사는 더 큰 꿈을 키우고 있다. 그는 “남편과 함께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아동·청소년들을 위한 장학재단을 설립하는 준비를 하고 있다”며 “兒(아이 아), 永(길 영) 한자를 써서 ‘아영장학재단’이라는 이름까지 만들었는데 아이들이 영원히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전했다.

김 봉사자는 “누군가의 작은 관심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바꿀지는 알 수 없는 만큼 보이지 않는 곳에도 한 줄기의 빛이 비추기를 바라면서 주위를 더 세심하게 살피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자신이 펼쳐가고 있는 자원봉사자로서 삶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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