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민간탐사업체 스페이스X는 16일 오전 9시 27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유인 우주선 ‘리질리언스(Resilience·회복력)’를 팰컨9 로켓에 실어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발사했다.
지난 5월 미국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비행사 2명이 민간유인우주선 ‘크루드래곤’으로 시험 비행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이번 발사는 NASA의 상업용 선원 프로그램의 인증을 받아 실전 임무로 진행됐다.
이로써 NASA는 민간 우주 상업화를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고, 지난 2011년 우주왕복선 퇴역 이후 9년만에 자국 발사체 기술력을 확보하게 됐다. 스페이스X는 NASA의 국제우주정거장 관련 발사체 용역 계약을 놓고 타 업체와 경쟁을 펼쳐 오던 상황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게 됐다. 달, 화성을 향한 우주개발도 탄력을 받게 됐다.
채연석 前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유인우주선 발사를 놓고 보잉과 스페이스X가 서로 경쟁하던 가운데 신생 벤처인 스페이스X가 확고한 우위를 점하게 됐다”며 “무인화물선부터 유인우주선까지 기술력을 축적해온 스페이스X의 집념의 결과로 앞으로 우주선 재사용과 안전성 검증을 통해 안전성과 비용 절감이 이뤄지면 우주여행시대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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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우주선은 올해 코로나19 팬데믹부터 인종차별에 따른 사회불안, 경기 침체, 대통령 선거와 분열상 노정 등의 시련을 이겨낸다는 의미로 ‘리질리언스’라고 명명됐다. 우주선에는 NASA 소속 우주선 선장 마이크 홉킨스(51), 흑인 조종사 빅터 글로버(44), 여성 물리학자 섀넌 워커(55)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소속 노구치 소이치(55) 우주비행사가 탑승했다.
‘리질리언스’는 지구를 6바퀴 도는 과정을 거쳐 17일 오후 1시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후 ISS 도킹까지 성공하면 6개월간 머물면서 식품 생리학 연구, 유전자 실험, 무중력 공간에서의 무 재배 실험 등 다양한 과학적 실험을 수행한다. 귀환은 6개월 후인 내년 5월로 예정돼 있다.
임무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빅터 글로버는 ISS에 체류한 첫 흑인 우주인이 되며, 노구치 소이치는 미국 우주왕복선,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 민간 기업의 우주선까지 모두 탑승해 국제우주정거장에 체류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머스크 ‘화성정복’ 꿈, ISS 상시 운송 가능해질 전망
이번 발사는 일론 머스크의 꿈인 ‘화성 식민지화’와도 관련돼 있다. 머스크는 이번 발사에 앞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발사 순간을 지켜보지 못했지만, SNS를 통해 발사 소식을 전하며 응원했다. 머스크는 “오늘 발사가 이뤄진다”와 “발사가 5분안에 이뤄진다”며 계속 글을 올렸고, 발사 이후에는 하트를 표시하며 기쁨을 드러냈다. 머스크는 궁극적으로 화성에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인류를 이주시키겠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스페이스X는 지난 2014년 NASA와 유인우주선 개발·운송 계약을 맺고, 무인화물선 왕복시험부터 비상탈출 체계 시연, 엔진 시험 등을 거쳐 우주수송 능력을 검증해왔다. 이번 우주비행이 성공하면 내년 3월과 9월에 각각 후속 우주선인 크루-2(Crew-2), 크루-3(Crew-3)을 ISS로 발사할 예정이다.
이번 비행에서 팰컨9 로켓 1단계 추진체는 발사 9분 30여초 뒤 해상으로 수직으로 낙하해 귀환했다. 스페이스X의 65번째 로켓 회수이며, 스페이스X는 향후 우주선 재활용을 통해 우주수송 비용도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에 대한 수송능력 검증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ISS의 상업화도 빠르게 이뤄질 전망이다. NASA는 미국의 우주비행서비스 기업인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를 우주정거장 객실 모듈 제작업체로 선정하고 오는 2026년까지 민간 이관을 추진하고 있다. ISS까지 수송하기 위한 스페이스X의 현재 1인당 운송 비용은 600억원~700억원 사이로 추산되는데 향후 우주비용 절감을 통해 우주 관광을 가속화할 수 있다.
다만 유인 우주비행을 위해서는 발사 횟수와 안전성 검증이 함께 이뤄져야 하며, 결과를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장은 “이번 발사는 민간우주수송이 일상화에 접어든다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다만 유인프로그램은 예산, 기술력이 무인 프로그램보다 수십배 수준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추가 발사를 통한 기술력 축적, 안전성 개선, 비용 절감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