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돌아오란 정부, 떠나려는 기업

강경래 기자I 2020.06.09 18:41:16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통신장비를 생산하는 A사는 현재 베트남에 공장을 두고 있다. A사는 정부가 어떤 유턴정책을 펼치더라도 현재로선 돌아올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A사 임원은 “중국 등 업체들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뒤처지면서 오랜 기간 고전했다. 결국 수년 전 베트남에 공장을 설립했다. 결과적으로 현재 중국 업체들과의 품질·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해외 각지로 제품을 활발히 공급하고 있다. 한국으로 돌아올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의료기기에 주력하는 B사는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다. B사 임원은 “중국에서 제조하면 인건비 등에서도 유리하지만, 무엇보다 거대 시장이 있어 근접 공급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점진적으로 중국 생산 비중을 강화하려고 한다. 정부가 어떤 유턴정책을 펼치더라도 현재로선 중국 공장을 철수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인 충격에 대한 해법으로 ‘리쇼어링’(국내복귀)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전방산업뿐 아니라 여기에 쓰이는 소재와 부품, 장비 등 후방산업까지 국내에서 제조해야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변수에 대응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실제로 해외 부품 아웃소싱으로 인해 올해 초 자동차 업계가 한차례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이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자동차 부품 일종인 와이어링하네스를 중국으로부터 조달하지 못한 것. 이로 인해 지난 2월 초부터 중순까지 국내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지난해엔 일본이 불화수소 등 반도체 소재 3종 수출을 규제하는 정책을 단행하면서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전 세계 각국이 개방경제에서 폐쇄경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과 관련, 앞으로도 언제든 와이어링하네스 사태, 일본 수출 규제 등과 같은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해외로 나가려는 기업들의 마음을 되돌리는 한편, 이미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 업체들의 공장을 국내로 돌아오게 하는 문제가 시급하다.

정부도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최근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 개정을 통해 국공유지 사용 특례를 추가했다. 이를 통해 유턴기업은 국·공유지 수의계약을 할 수 있으며, 장기 임대(50년)와 함께 임대료 감면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종전에 제조업에 국한했던 법인세 감면(5년간 50%)은 지식서비스업과 정보통신업 등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이미 떠난, 혹은 떠나려는 기업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최근 LG전자가 경북 구미에 있는 TV 공장 일부를 인도네시아로 이전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존 6개로 운영하던 구미 TV 라인 중 2개를 인도네시아 찌비뚱 공장으로 옮기기로 한 것. LG전자는 글로벌 TV 시장에서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원가경쟁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가 TV 라인을 이전하기로 한 인도네시아는 인건비가 월 25만∼30만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아세안 시장 수출을 추진할 경우 물류와 관세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이렇듯 정부가 더 과감한 유인책을 시행하지 않는 한 향후 LG전자와 같이 리쇼어링이 아닌 ‘오프쇼어링’(해외이전) 사례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정부가 유턴기업을 대상으로 △금융 △고용 △규제 △세금 등 기업이 원하는 모든 분야에 대해 원스톱 지원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출 등 금융은 유턴기업에 한해 B등급을 A등급, C등급을 B등급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 고용 역시 탄력근로제와 유연근무제 등 노동유연성을 보장해야 한다. 세금 감면 역시 지금보다 파격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유턴기업을 ‘애국기업’으로 충분히 대우해야 할 것이다.

강경래 이데일리 중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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