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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대한 특검 수사는 지난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찬성을 이끌어 내기 위해 이 부회장 지시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정유라씨 모녀에게 수십억원을 대가로 건낸 부분을 입증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부회장 소환은 삼성 수사가 마무리 단계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따라서 조만간 다른 기업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특검의 다음 수사 대상은 이 부회장과 함께 지난달 13일 최태원·신동빈 회장 등 총수들을 출국금지한 SK와 롯데그룹이 될 전망이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 발표 전 교도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사면을 해 줄테니 경제 살리기에 나서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받고 수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얼마 전 김영태 SK 부회장이 작년 8월 10일 서울 영등포교도소에서 최 회장과 만나 “왕 회장이 귀국을 결정했다. 우리 짐도 많아졌다. 분명하게 숙제를 줬다”고 말한 녹음 파일도 확보한 상태다. 특검은 ‘왕 회장’은 박 대통령, ‘귀국’은 사면, ‘숙제’는 재단 지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그보다 앞선 그해 7월 24일 박 대통령과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의 독대에서도 최 회장에 대한 사면 요청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최 회장 사면 이후 미르·K스포츠재단에 111억원을 출연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45억원을 출연한 롯데도 특검의 주요 수사 대상이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2015년 7월 박 대통령과 독대한 후 70억원을 추가로 냈다가, 지난해 6월 경영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전액 돌려받은바 있다. 특검은 롯데의 면세점 인·허가 과정에서도 최순실씨 등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청와대가 이미경 부회장에 대한 경영 일선 후퇴와 손경식 회장의 대한상의 회장 사퇴 등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진 CJ그룹도 특검의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CJ는 이재현 회장의 사면을 위해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던 차은택씨가 주도한 ‘K컬처밸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CJ는 미르·K스포츠재단에도 13억원을 출연했다.
특검은 지난 6·11·12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차 씨를 소환해 조사를 벌여 그와 연관된 포스코그룹도 수사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씨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함께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인 ‘포레카’ 지분 강탈을 시도하고 자신 소유의 아프리카픽처스 공금 1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포스코는 포레카 매각 과정에 권오준 회장이 개입한 의혹과 함께 미르·K스포츠재단에도 49억원을 냈다. KT도 차씨 광고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18억원을 출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어 특검의 수사가 예상된다.
특검 수사 강도가 예상보다 높아지면서 재계 일각에서는 특검의 수사 행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특검이 일단 몇몇 언론에 정보를 흘려주고 여론의 분위기를 살피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같다”며 “특검의 수사 방향이 지금 정국에서 그림을 그리면 다 된다는 식의 일방통행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검 수사가 재계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새해 사업전략 수립은 물론 기업 운영자체에도 차질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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