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앉은 가계…"부동산 쏠림 개선돼야"(종합)

경계영 기자I 2016.12.27 19:33:19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발간]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한국은행이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가계부채에 또 다시 주목했다. 27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다.

가계부채가 빠르게 불어나곤 있지만 취약계층엔 돈 빌리기란 여전히 어려운 ‘숙제’였다. 신용이 낮거나 소득이 적은 취약차주는 은행 문턱도 넘지 못해 비은행권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비은행권은 변동금리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취약차주는 금리 상승이라는 또 다른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 상당수가 흘러든 부동산시장에서 집값이 떨어져도 문제다. 이들에 돈을 빌려준 국내 은행 역시도 집값이 떨어지면 건전성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위=%, 자료=한국은행


◇급증하는 가계부채…경제성장보다도 빠르다

한은이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3분기 말 197.8%로 지난해 말 194.4% 대비 3.4%포인트 상승했다.

주목할 부분은 이 비율과 장기 추세치의 갭(차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지난 2분기까지 세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던 이 차이가 0.3%포인트로 플러스(+)로 돌아선 것이다. 이는 GDP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속도가 더 빨랐다는 얘기다.

GDP 대비 기업신용 갭이 2013년 4분기 이후 마이너스에 있는 데다 그 폭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GDP 대비 가계신용 갭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내외 금융전문가가 우리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최대 리스크(위험) 요인으로 가계부채 문제(30%)를 꼽은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전반적으로 보면 빚 갚을 능력은 괜찮다지만 뜯어보면 취약계층은 대내외 위험요인에 노출돼있다. 한은의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에 따르면 세 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면서 신용이 낮거나 소득이 적은 취약차주의 은행 내 대출 비중은 3.7%에 그쳤다. 차주 기준으로 봐도 6.7%로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비해 대부업에서 취약차주의 대출 비중은 66.1%에 달했고 저축은행(32.3%) 여신전문(15.8%) 비은행(10.0%) 등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비은행권은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을 뿐더러 변동금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다달이 이자만 내다가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거치식 대출 대신 매달 원금까지 함께 갚는 분할 상환 방식으로 각각 질적구조를 바꾸는 가계부채 개선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만 이뤄져서다.

전체 가계대출에서 취약차주가 대출한 비중이 6.4%에 불과하다지만 대출금리가 뛴다면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고 관련 대출 건전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가계대출 164조원으로 추정되는 자영업자 대출 역시 관심사다. 자영업자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3분기 기준 2.7%에 그쳤지만 폐업률이 13.2%에 달하는 등 자영업자 소득이 경기변동에 민감해 대출 건전성 변화에 유의해야 한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부동산, 유동성 빨아들인 ‘블랙홀’

늘어난 가계부채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 혹은 집단대출 등 부동산시장과 연결돼있다. 집값이 떨어진다면 국내 은행의 시스템 리스크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은이 은행 17개를 대상으로 자본 적정성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집값이 2018년 말까지 5% 떨어진다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은 14.3%로 내리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9월 말 기준 14.8% 대비 0.5%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집값이 10% 떨어지고 미국까지 금리를 200bp(1bp=0.01%포인트) 인상한다면 은행의 BIS 비율은 12.8%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완화적 기조에 확장적 재정정책 등으로 풍부해진 유동성이 부동산 대신 생산적 부문으로 더 흘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용으로 대표되는 금융 사이클(순환주기)이 살아나는데도 실물경기가 나빠지며 이들 간 연결고리가 약해진 까닭은 가계부채, 그중에서도 부동산 관련 대출에 집중됐기 때문이라는 것.

한은은 “경기 대응 차원에서 확대된 유동성이 생산적 부문으로 원활하게 공급되도록 미시적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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