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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pick] 日기업의 후회‥"그땐 英 좋아보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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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19.02.20 17:22:06

혼다 "2021년까지 英생산공장 폐쇄"…일자리 3500개 증발
英내 日기업 1000여개…일자리 14만개
인내심 바닥난 日기업들…투자철회·英탈출 러시
소니·파나소닉·노무라 증권 등 해외로 본부 이전 결정

영국의 유명 화가 뱅크시가 도버항 한 건물 외벽에 그린 분열되는 유럽연합(EU)을 묘사한 벽화. 철거되는 노란 별은 영국의 EU 탈퇴를 상징한다. 이로 인해 EU 국기에 균열이 생겼고 신호등에는 빨간불이 켜져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영국에 진출했던 일본 기업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어서다.

영국은 오는 3월29일 예정대로 EU를 떠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제는 4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영국 의회는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해 노딜 브렉시트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에 오랜 기간 수십억달러 투자금을 쏟아부었던 일본 기업들이 후회하고 있다고 CNN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日기업, 유럽 진출 거점으로 英택한 이유?

유럽 시장에 진출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은 대다수가 영국을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영국에 본사를 두면 5억명에 달하는 유럽 소비자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다.

우선 영국 수도 런던이 세계적 금융 허브다. 투자나 금융 자금 조달 등에 유리하다. 아울러 새로운 공급자나 파트너를 찾는 것도 쉽다. 영국에 유럽 본부를 두고 있는 기업들이 많아 다국적 기업들 간 다양한 신규 거래가 이뤄진다는 얘기다.

이외에도 영국과 EU 회원국들 간에는 수출입 장벽이 없다. 영국은 또 많은 비(非) EU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FTA) 또는 특혜무역협정(PTA)을 맺고 있다. EU 내 다른 국가들보다 유럽 시장 진출에 매우 유리한 구조다.

EU 단일시장이라는 거대한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는데다 무관세다. 또 매력적인 투자환경까지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수많은 일본 기업들이 영국을 유럽 진출의 거점으로 삼았다. 일본 통계청에 따르면 영국 내 사업을 가지고 있는 일본 기업은 1000여개에 달한다. 이에 따른 일자리는 14만개를 웃돈다.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日기업들의 한숨

영국의 강점은 EU에 속해있을 때 얘기다. 브렉시트 이후엔 모든 것이 달라지게 된다. 특히 최악의 시나리오인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일본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CNN은 “영국은 브렉시트 결정 이후 일본 기업들에게 덜 매력적인 기지가 됐다”고 설명했다.

노딜 브렉시트시엔 자동차 기업들의 피해가 특히 클 것이란 관측이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EU 역내에서 부품 등을 수입해 영국에서 조립하고, 완성차를 EU에 수출한다. 노딜 브렉시트시엔 영국에서 EU로 수출하는 자동차에 10~22% 관세가 붙게 된다. 유럽에서 영국으로 향하는 자동차 부품 등에도 관세가 붙는다. 기업들의 지출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미쓰비시UFJ 모건스탠리 증권은 브렉시트에 따른 영국-EU 관세 부활로 도요타, 닛산, 혼다, 스즈키 등 자동차 4개사가 총 1590억엔(약 1조 6080억원)의 비용을 더 부담할 것으로 추산했다.

혼다는 이날 “글로벌 자동차 사업이 전례 없는 변화를 겪고 있다”면서 “2021년까지 영국 내 생산 공장을 폐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최소 35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혼다는 브렉시트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에서는 향후 해외 시장 접근 및 관세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CNN은 “혼다의 폭탄 발언은 경쟁업체인 닛산자동차가 영국 북부에서 신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생산 계획을 철회한데 따른 것”이라며 “(브렉시트에 따른) 영국 경제 위험에 대한 노출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요타도 지난해 12월 “노딜 브렉시트시엔 하루에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생산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투자를 철회하지는 않았다.

영국 경제에서 자동차 산업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혼다, 닛산, 도요타 등과 같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영국을 거점으로 삼으면서 수년 간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왔다.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했고, 노동생산성도 끌어올렸다. 영국이 자체 자동차 브랜드를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자동차 강국이 된 이유다.

수출에서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영국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8년 영국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약 152만대로 이중 81.5%(약 124만대)가 해외로 수출됐다. 영국 전체 수출에서 자동차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3%로 집계됐다.

영국 스윈든에 위치한 혼다 자동차 생산공장. (사진=AFP)
인내심 바닥난 日기업들…英 탈출 러시

지난해 “브렉시트 악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메이 총리의 말만 믿었던 일본 기업들의 인내심도 바닥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영국 내 투자 계획을 철회하거나 아예 영국 시장을 떠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IT기업 소니와 파나소닉은 브렉시트를 이유로 유럽 본부를 다른 곳에 이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노무라증권도 지난해 11월부터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본부를 옮기고 유럽 대륙에서 신규 직원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위험을 감내하지 않으려는 일본 경영진 특유의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일본무역진흥회의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에 진출한 기업들 중 약 60%가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을 우려했다.

아울러 최근 기술발전 및 생산자동화 등으로 일본 본토로 유턴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본 와세다 대학의 폴 베이컨 교수는 “일본의 모든 경영진들이 브렉시트 때문에 넋이 나가 있다. 브렉시트에 따른 영국 경제 타격이 명백한데다, 일본 기업들에게까지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라고 말했다. 시즈오카 대학의 츠케시로 타케시타 경영대 교수도 “영국 정부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신뢰가 깨졌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와 기업은 브렉시트가 되돌릴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인식하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영국 중심의 사업 운영 정책에 수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영국과 EU는 관세 부활로 일본 기업이 EU에서 사업이 어려우지거나 경제가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한편 브렉시트에 따른 엔화가치 상승도 일본 기업들에겐 고민거리다. 브렉시트로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 충격이 예상되는 만큼 엔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엔화가치가 상승하면 일본 기업들은 수출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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