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中 전자상거래법 시행 사흘…그 많던 '따이공'은 어디로

이성웅 기자I 2019.01.03 18:22:27

따이공, 전자상거래법 시행으로 사업자등록하고 세금도 내야
중간 마진 적어져 따이공 활동 위축
시내 면세점 입장 행렬도 눈에 띄게 줄어
"얼마나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3일 오전 8시20분께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본점 앞에 따이공과 관광객을 합쳐 약 40여명이 개점을 기다리며 대기 줄을 서있다.(사진=이성웅 기자)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날씨도 도와주지 않는 아침이다.

서울 아침 체감온도가 영하 10도에 육박한 3일, 서울 시내 주요 면세점 앞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여느 때라면 빨리 입장해 주요 상품을 싹쓸이하려는 ‘따이공(代工·중국 대리구매업자)’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어야 한다.

오전 8시20분, 면세점 개장까지 불과 40여분을 남겨둔 시간이지만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본점 앞엔 40여명만이 줄을 서 있었다. 이 마저도 온전히 따이공이 아닌 관광객이 포함된 숫자다.

잠시 뒤 방문한 신세계면세점 본점은 더 한산했다. 지하철 4호선 회현역과 연결되는 신세계면세점 입구엔 대기번호가 600번까지 있는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600’이라는 숫자가 무색하게 관광객을 포함한 대기 인원은 20여명에 불과했다.

3일 오전 8시30분께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 본점 앞에 마련된 중국인 보따리상 ‘따이공’ 대기줄이 평소와 달리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기열 밖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방문객까지 합쳐 20여명이 개장을 기다리고 있었다.(사진=이성웅 기자)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지난해 연초와 매출 추이를 비교해본 결과 큰 차이가 없었다”며 “연말연초에 따이공도 일정 기간 휴가에 들어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신세계면세점을 확인한 뒤 바로 신라면세점 본점으로 이동했다. 입장시간을 불과 5분여 남겨뒀기 때문인지, 약 50여명이 줄을 서 있었다. 다만, 따이공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줄 앞쪽 30여명 가량이었다. 이후는 가이드를 대동한 관광객들이었다.

수주 전과 다른 풍경이 연출된 것은 비단 추워진 날씨와 시기 탓만은 아니다. 따이공이 한창 ‘유커(遊客·중국 단체관광객)’를 대체하던 지난 2017년 겨울엔 한파 속에서도 패딩과 침낭 등으로 ‘완전무장’한 인파가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지난 2017년 8월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에 입장하기 위해 따이공과 관광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이때와 비교하면 면세점 대기 수요가 최근 확연히 줄었음을 알 수 있다.(사진=송주오 기자)
따이공 급감의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바로 지난 1일 중국에서 시행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따이공 규제다.

따이공은 면세점에서 싸게 산 물건을 중국으로 가져가 정가보단 저렴하게 웃돈을 얹어 팔아 수익을 남긴다. 이들은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위챗 등을 통해 이를 되파는데 개정안 시행 전까진 별도의 사업자등록 없이 활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부턴 따이공이 전자상거래 경영자 범주에 들어가 사업자등록을 해야 한다. 필연적으로 납세의 의무가 뒤따른다. 만약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할 경우 최고 200만위안(약 3억2700만원)을 벌금으로 내야 한다.

기업형으로 조직화된 따이공도 있지만, 대다수는 개인이 직접 움직이거나 소규모로 인력을 구해 영업한다. 세금을 내게 될 경우 되파는 가격을 이에 맞춰 올리거나 중간 마진을 줄여야하는 상황이다. 개정안 시행으로 대리구매업의 사업성 자체가 흔들리게 된 셈이다.

3일 오전 8시50분께 서울 중구 신라면세점 본점 앞에 약 50명의 관광객과 따이공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성웅 기자)
중국 정부 입장에선 세수를 확충할 수 있을 뿐더러 대리구매업 자체가 무너지면, 내수 시장 활성화까지 노릴 수 있다.

연초 면세업계를 흔들고 있는 이 같은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는 업계에서도 아직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전자상거래법 시행이 따이공 감소에 영향을 준 것은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정부의 제제가 강력하다보니 한동안은 따이공들의 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국 현지에선 대형 업자들이 이를 어떤 식으로 돌파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전자상거래법을 통해 보따리상의 매출이 줄 가능성과, 오히려 보따리상의 양성화가 이루어져 매출이 오를 수 있다는 의견이 분분해 중국 정부가 얼마나 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증권가에서도 전자상거래법 시행이 면세업계 매출감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업자들의 세금 부담이 증가해서 보따리상 매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단체 관광객이 회복된다면 면세점 매출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중국 현지에선 벌써부터 따이공들이 ‘우회로’를 찾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중 소액 판매자들은 판매허가증을 등록할 필요가 없다. 특히, 법령 내에 소액의 기준을 명시하지 않아 맹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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