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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 유통·패션가엔 ‘봄바람’ 솔솔

성세희 기자I 2018.02.07 16:34:51

입춘 사흘이나 지났지만 한파 기승
백화점 의류 매출액, 최대 28% 이상 상승
패션업계, 단가 높은 겨울옷 판매량 증가로 ''활짝''

봄에 들어선다는 입춘(入春)을 사흘 앞둔 지난 1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의 의류 매장에 봄옷으로 갈아입은 마네킹이 진열돼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강신우 성세희 기자]“봄 신상 의류요? 한파가 계속되면서 아직 많이 입고되진 않은 상태예요. 매장에는 아직도 봄옷보다 겨울 상품이 더 많아요. 대신 가격대가 높은 모피코트 등이 잘 팔리면서 매출은 오히려 늘었어요.”(백화점 업계 관계자)

전국적으로 입춘(立春)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유통·패션가엔 ‘봄바람’이 불고 있다. 봄 신상 의류 외에도 모피 코트와 아웃도어 등 봄옷보다 단가가 높은 겨울 의류 매출이 올라가면서 전체 의류판매 신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 매출 상승 견인한 한파

7일 롯데와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3사의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모피 코트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각 70%, 55.9%, 158% 신장했다. 이들 업계는 모피를 포함해 롱패딩 등 겨울 스포츠 아우터를 최대 85%까지 할인하는 대대적인 신년 정기 세일을 지난달 중순 마감했지만 추운 날씨에 모피의 인기는 여전했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 전체 의류 매출은 13%,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각 28.3%와 5.6% 신장했다. 또 다른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정기 세일이나 모피 할인행사 같은 것은 이미 기간과 물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기간을 더 연장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면서 “설 이후부터는 봄 신상 의류가 많이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업계 매출액도 지난해보다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국내 여성복 브랜드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삼성물산(028260) 패션부문 브랜드인 구호(KUHO)는 경량 패딩 등 아우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늘었다. 같은 기간 여성복 브랜드 르 베이지(LEBEIGE)도 짧은 패딩 등 판매 호조로 매출액이 100% 이상 증가했다. 이외에도 빈폴레이디스는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약 30% 늘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살아난 소비심리와 날씨 영향이 긍정적으로 작용해 매출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며 “올해 여성복과 남성복 브랜드 모두 아우터 판매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단가 높은 겨울옷 판매량 ‘쑥’

보브(VOV)와 지컷 등 국내 여성복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도 매출 상승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신세계 관계자는 “겨울 제품이 판매 단가가 높은 편인데 지금까지 많이 팔려서 (매출이) 좋은 편”이라며 “기분 전환하려고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봄 신상품과 겨울옷을 동시에 구매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패션업계는 이미 몇 년간 이어진 이상기온에 적응했다. 봄과 가을이 갈수록 짧아지면서 간절기 신제품 숫자를 줄이는 추세다. 대신 사시사철 입을 수 있는 맨투맨 티셔츠 등을 주력 상품으로 내놓는다. 봄옷이라도 추운 날씨에 외투 안에 입을 수 있어서다.

LF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원피스 등 봄옷 제품 수를 줄이고 외투 안에도 입을 수 있는 티셔츠 등을 내놓는 편”이라며 “디자인한 제품 중 절반 정도만 시장에 출시하고 나머지는 원단만 보관해두는 QR(빠른 대응) 전략으로 시장 반응을 보고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 관계자도 “겨울이 길어지면서 봄 상품을 기획할 때부터 이전보다 두툼한 옷으로 디자인하는 편”이라며 “계속되는 추위에 봄옷이 안 보이고 안 팔린다 싶겠지만 패션업계는 사실상 봄맞이를 시작했다. 두께는 유지하고 색상을 밝게 하는 식이다. 패션업계는 간절기가 사라졌다고 보고 두툼하거나 얇은 옷으로 이분화해 날씨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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