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과 원샷법, 사업재편 물꼬 트나

박수익 기자I 2016.02.04 17:13:11

경영권승계나 대주주 지배권 강화 목적은 승인안돼
중복사업 재편·新사업 강화 위한 소규모분할·합병 가능
지주회사 출자제한 일시 완화로 M&A 자금 부담 덜어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기업활력제고특별법, 이른바 ‘원샷법’은 쉽게 말해서 그동안 주주들의 의사를 물어야 했던 분할·합병 등 사업재편작업을 특별한 조건 충족시 주주총회없이 회사의 판단(이사회)만으로 가능토록 하는 법이다. 설령 주주총회를 열더라도 반대주주에게 지급할 보상(주식매수청구권) 준비 기간을 좀 더 주고 이 과정에서 뒤따르는 각종 세금 납부 기간을 연장(과세이연)해준다. 그동안 지주회사에게 엄격하게 적용했던 수직적 출자구조를 일시적으로 완화, 계열사 공동출자 등으로 인수·합병(M&A) 자금부담을 덜어주는 내용도 있다.

우여곡절 끝에 재계의 숙원인 원샷법이 통과됐지만 당장 기업 전반에 걸쳐 사업재편 움직임이 봇물 터질 것으로 속단하기는 어렵다. 원샷법의 모델인 일본의 ‘산업활력법’(현 산업경쟁력강화법) 역시 연평균 40건, 16년간 총 684건의 제도 이용이 있었는데 일본기업이 120만개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는 적용이 어렵거나 활용하지 않는 셈이다. 그러나 대표적 공급과잉 업종인 조선·철강·화학·건설 등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발 빠른 사업재편과 함께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원샷법 경영권승계 목적 승인 불가

기존의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기업구조조정 촉진법), 법정관리(통합도산법)는 부실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후 구조조정이다. 기업 의사와 관계없는 강제적 성격이다. 반면 원샷법은 부실기업이 아닌 정상기업들의 선제적이고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한다는 점이 기존제도와 다른 점이다.

원샷법은 그간 재벌 대기업을 위한 법이라는 반대논리 때문에 법 처리가 지연됐지만 여러 차례 수정과 정치적 합의를 거쳐 대기업도 적용대상이 포함했다. 사실 대기업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이 법은 애초 적용대상이 애매할 수도 있었다. 공급과잉의 대표선수 격인 건설·조선 ·화학 등은 대기업 위주의 사업이기 때문이다.

다만 대기업 포함의 조건으로 ‘경영권승계나 특수관계인의 지배구조 강화 목적’인 경우 사업재편을 승인하지 않는 절충안이 만들어졌다. 사후 이행사항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하면 승인취소와 함께 과태료를 더욱 무겁게 물어야 한다.

◇중복사업·新성장산업 재편 활용 가능

향후 기업들의 원샷법 활용 방안은 대표적으로 소규모 분할·합병 제도를 이용한 중복사업 통폐합과 신성장동력 사업 강화를 예상해볼 수 있다.

일각에서 이 조항을 활용, 삼성전자(005930)삼성SDS(018260)를 소규모합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존속회사(삼성전자) 주주 반대비율이 20%에서 10%로 강화됐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지 않은 편이다. 오히려 삼성이나 LG(003550)의 경우 자동차 전장·배터리 같은 새로운 성장동력분야를 각 계열사로부터 분할·신설하는 방안을 점치기도 한다.

원샷법에서는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요청기간이 20일에서 10일로 짧아지고 회사가 이들 주식을 매입할 기간은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렸다. 요청기간이 짧아진 것보다 주식매입기간이 늘어나 부족한 자금을 끌어올 시간을 벌 수 있는 점이 기업들에게 실질적 혜택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이를 활용해 그동안 합병이 무산됐거나 합병 추진 가능성만 제기된 기업들이 실제 움직임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삼성중공업-엔지니어링, 현대건설-엔지니어링 등이 거론된다.

지주회사 규제를 완화한 것은 SK, LG, GS, CJ와 같은 법적 지주회사들에게 그동안 할 수 없었던 것을 할 수 있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대표적으로 두 곳의 자회사가 힘을 합쳐 회사를 인수, 신사업분야에 진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SK(034730)의 경우 SK텔레콤·이노베이션·네트웍스, LG는 LG전자·화학·CNS 등이 자회사다.

손자회사가 다른 회사를 인수할 때도 기존에는 지분 100%를 인수해야 했지만 50%만 살 수 있도록 했다.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SK하이닉스, CJ대한통운 등이 손자회사다.

이러한 지주회사 규제 완화는 특정계열사 한 곳에 집중되는 투자자금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다른 계열사의 기술·사업경험을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원샷법은 법의 효력 기한이 정해져 있는 ‘한시적 특별법’이기 때문에 사업재편기간이 종료된 후에는 공정거래법이 정한 규정대로 되돌려놓아야 한다.



원샷법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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