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기업은 각종 유동성 위기를 겪다가 결국 회생절차를 선택하게 됐다. 통상적인 관례에 따라 기존 경영진을 관리인으로 신청하자, 투자자는 기존 경영진을 내보내고 투자자 측에게 우호적인 관리인을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각종 고소·고발 사건을 제기했다. 결국 회사는 투자자 측에 뺏길 위기에 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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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법적 분쟁이 회생계획 이행 자체를 좌초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회생절차가 인가된 후에는 회생계획안에 따라 정해진 일정대로 변제가 이뤄져야 한다. 외부 분쟁으로 경영이 혼란해지면 계획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아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가 폐지될 수 있다.
조두현 법무법인 바를정 대표변호사는 “기업이 회생 과정을 잘 설계하고, 인수자가 회생 M&A를 통해 좋은 기업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형사상 리스크를 방어하지 않으면 회생 전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회생 매물은 많지만, 인수가 성사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법적 리스크’ 때문”이라며 “소송 대응, 자산 귀속 관계 등이 명확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은 거래 자체를 꺼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형사 리스크는 경영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회계처리·자금 운용의 정당성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회생 절차에서는 단순한 법률 방어가 아닌, 재무적 해석을 동반한 구조적 대응이 요구된다. 김민아 변호사 겸 미국공인회계사(AICPA)는 “회계 항목 중 가수금, 가지급금, 특수관계인 거래 등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으면, 투자자뿐 아니라 법원과 수사기관 모두 이를 ‘자금 유용’ 또는 ‘분식회계 정황’으로 의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수금은 자금 흐름의 투명성이 결여된 채권 항목이고, 가지급금은 귀속이 불분명한 비용으로 처리된 경우가 많다. 이들 항목이 왜 발생했고, 어떤 경영 판단하에서 유지됐는지에 대한 합리적 회계설명 체계를 마련하는 게 필수적이라는 조언이다. 따라서 회계 분석은 회생기업이 단순히 형사 리스크를 방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회생계획안의 이행 가능성과 투자자 실사 대응 전략, 나아가 법원의 회생 종결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인 셈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회생절차 초기에 변호사와 회계사, 구조조정 전문가가 팀을 이뤄 △회생계획안 설계 △채권 구조 조정 △회계 리스크 사전 해소까지 종합적으로 컨설팅하는 방식이 증가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회생 M&A의 성공 여부는 단순한 가격이나 조건이 아니라, 법적·회계적 정합성 구조를 얼마나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