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문고는 지난 7일 창립 28주년 기념 ‘지난 10년을 돌아보며’라는 제목의 자료를 통해 2010년부터 독자들이 어떤 책에 주목했는지 베스트셀러 목록을 발표했다. 2010년 ‘정의’로 시작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까지 10년간 베스트셀러 목록이 담고 있는 사회 변화 모습을 살펴봤다.
2010년 초반 ‘금수저’ ‘흙수저’ 같은 ‘수저론’이 담론장을 휩쓸던 시기 출판계의 키워드는 ‘정의’였다. 미국 하버드대 정치철학 교수 마이클 샌델이 쓴 ‘정의란 무엇인가’는 2010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인문 서적으로는 최단기간인 11개월 만에 판매량 100만부를 돌파하기도 했다. 책은 샌델 교수가 하버드대에서 한 강의를 모아놓은 것으로 쉽지 않은 책임에도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책 내용 자체보다는 ‘정의’를 원한 독자들이 책 제목에 이끌렸다는 분석이 다수였다.
소설은 권비영의 역사소설 ‘덕혜옹주’, 무라카미 하루키의 ‘IQ84’, 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등 다소 진지한 장편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1년부터는 ‘힐링’, ‘위로’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에세이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불안한 미래를 안고 살아가는 청춘들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다. 김난도 교수가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쓴 에세이 ‘아프니까 청춘’은 2011년도 종합 1위를 차지한다. 2012년과 2013년에는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각각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후 2018년까지 매해 에세이가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에세이 열풍’을 이어갔다. 2014년에는 소셜미디어(SNS) 스타작가 신준모의 ‘어떤 하루’가, 2015년에는 ‘미움 받을 용기’가 1위를 했다. 2016년에는 다시 혜민 스님의 신간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이 1위에 올랐다. 2017년에는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가, 2018년에는 하태완 작가의 ‘모든 순간이 너였다’가 1위를 차지했다.
또 유튜브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서점가에도 가볍게 읽어볼 수 있는 대중적 도서가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2015년 당시 팟캐스트 인기 채널인 ‘지대넓얕’의 진행자 채사장의 책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머무르며 방대한 지식 분야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트렌드를 선도했다.
2020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여실히 드러났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콕’ 어린이·청소년 도서가 상위권에 올랐다. 교보문고에도 같은 기간 ‘흔한 남매3’이 1위를 기록했는데 아동만화가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건 각각 집계 이래 처음이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전염병의 여파로 경제가 침체되면서 투자 및 재테크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각종 경제서가 석권하기도 했다. 부와 행운의 비밀을 파헤친 ‘더 해빙’은 상반기 4위를 차지하며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힘들었던 시기 간절히 원하기만 하면 성공과 부를 거머쥘 수 있다는 가르침을 담으면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던 ‘시크릿’을 연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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