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조선업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수출입은행은 대선조선 매각 공고를 내고 다음달 3일까지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한다. 매각 주관사는 삼일PwC로 매각 방식은 예비인수자를 미리 정하고 매각을 진행하는 ‘스토킹호스(stalking-horse)’ 방식이다.
부산 영도에 위치한 대선조선은 지난 1945년 대선철공소로 문을 연 조선사다. 업력 75년에서 비롯된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테인리스 탱커선과 연안여객선, 어선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업황 악화로 2010년부터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과 자율협약을 맺고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다. 지난 2017년 한 차례 매각을 시도했으나 금액에 대한 이견 등으로 무산됐다. 하지만 지난 2017년 280억 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대선조선은 지난 2018년 영업이익 42억 원으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이후 지난해에는 113억 원으로 큰 폭의 영업이익 증가세를 실현했다. 앞서 한진중공업도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주주협의회를 열어 한진중공업 출자전환주식 공동매각을 결의하고 연내를 목표로 경쟁 입찰을 추진키로 하면서 매물로 나왔다. 대상 주식은 국내 주주협의회와 필리핀 은행들이 보유 중인 보통주 6949만3949주로 83.45%다.
이처럼 채권단이 앞다퉈 중소조선사를 매물로 내놓는 것은 이들 조선사들이 경영 실적 개선에 성공한 지금이 매각 적기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진중공업도 지난해 별도재무제표 기준 매출 1조6095억 원과 영업이익 771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도엔 66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지난해 조선과 건설 등 전 사업부문에서 고른 성과를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코로나19로 업황이 어렵지만 이들 조선사들이 충분한 자립 기반을 마련한 만큼 매각을 지체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말 4수 끝에 매각을 마무리 짓고 지난달부터 재가동에 들어간 성동조선해양 사례도 매각 추진에 불씨를 지폈다.
◇최악 조선업황 분위기엔 ‘글쎄’…기술력·부동산가치 등은 호재
하지만 장기 불황에 코로나19까지 엎친 데 덮친 조선업계에서 당분간 인수자로 나설 여력이 있는 곳은 찾기 힘들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국내 조선 빅3 업체들만 해도 이들 조선소에 눈 돌릴 틈이 없다. 더욱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기업결합까지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조선소들의 부지 규모가 작아 대형 선박 제작이 어렵다는 점도 주요 조선업체들의 인수 메리트를 감소시키는 요소다. 반면 한진중공업과 대선조선 1공장이 있는 부산 영도가 북항재개발 등의 이슈와 맞물려 부동산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점 등은 호재다. 더욱이 대선조선의 경우 수출입은행이 매각 성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스토킹호스 방식을 채택했다. 스토킹호스는 수의계약을 통해 우선매수권을 가진 예비 인수자를 선정한 뒤 매물을 다시 공개경쟁입찰에 부치는 방식이다.
또 수출입은행이 해외 매각까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대선조선은 해당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갖고 있는 회사”라며 “다만 국내 주요 조선사들의 현재 상황을 감안해 해외 시장까지 눈을 넓힐 경우 매각 성사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