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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시간) 한국 외평채 5년물의 CDS 프리미엄은 50.44bp(1bp=0.01%포인트)로 전일 대비 12.86bp 급등했다. CDS 프리미엄이 50bp 안팎까지 오른 건 2018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증가 폭으로 보면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때 이후 가장 높다.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물 자산을 그만큼 위험하게 본다는 뜻이다.
CDS 프리미엄은 부도 혹은 파산 등에 따른 손실을 다른 투자자가 대신 보상해주는 파생상품의 수수료를 말한다. CDS를 발행한 국가 혹은 기업의 부도 가능성 혹은 신용 위험이 높아지면 CDS 프리미엄이 함께 오른다.
한국의 CDS 프리미엄이 급등한 건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이 가팔라지는 와중에 예기치 못한 원유전쟁까지 터져서다. 특히 국제유가 폭락에 미국 셰일가스업체를 중심으로 다폴트(채무 불이행) 우려가 점증하고 있는 점에 시장의 눈이 쏠려 있다. 미국발(發) 신용경색이 본격화하면 금융권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의 CDS 프리미엄이 급등하자,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같은 국책은행의 은행채 5년물에 대한 CDS 프리미엄은 덩달아 상승했다.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현대차, SK텔레콤 등은 아직 여파가 미미하지만, 언제든 사정권에 들 수 있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 발병지인 중국의 경우 77.51bp까지 치솟았다. 2018년 이후 줄곧 40~50bp대를 유지하다 갑자기 올랐다. 초유의 전국 이동제한령을 내린 이탈리아(204.59bp)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재정위기 이후 100bp 초중반대까지 떨어졌지만 다시 ‘투자하기 위험한 나라’로 전락할 처지다. 가장 안전한 투자국 중 하나로 꼽히는 일본도 ‘더블 펀치(코로나19 확산+국제유가 폭락)’의 파고를 피해가지 못했다. 줄곧 10bp대를 기록하다 이날 갑자기 33.06bp로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계속 확산한다는 가정 하에 CDS 프리미엄은 당분간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배럴당 20달러대까지 폭락한) 국제유가가 단기에 오를 가능성은 미미하다”며 “일부 에너지기업을 시작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전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