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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개입' 임성근 전 부장판사, 2심도 무죄…"월권 맞지만 위법 아냐"(종합)

한광범 기자I 2021.08.12 17:48:02

"부적절 관여 맞지만 실제 재판권 침해는 없었다"
사법농단 기소 전현직 법관들 한건 제외 모두 무죄
법조계 "檢, 직권남용죄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12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시절 일선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일부 부적절한 재판 관여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재판이 적법절차를 거쳐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특히 ‘위헌적 행위’라고 판단한 1심 판단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박연욱)는 12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임 전 부장판사의 일부 행위를 부적절한 재판관여로 볼 수 있다”면서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는 일반적 직무권한 범위를 넘는 월권행위에 대해선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에 대해 ‘위헌’이라고 평가한 1심 평가도 인정하지 않았다.

◇“임성근 재판관여 있었지만 재판부는 적법절차 지켜”

임 전 부장판사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조실장과 공모해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가토 전 지국장은 2014년 8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 전 남편 정윤회씨와의 허위 내용이 담긴 기사를 작성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로 재판에 넘겨졌던 인물이다. 임 전 부장판사는 당시 재판장에게 “기사가 허위라는 점이 확인되면 선고 전이라도 허위성을 분명히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또 2015년 12월 판결 선고 전 재판장에게 판결 선고 구술내용을 전달받아 일부 내용을 수정하도록 요구했다.

그는 아울러 2015년 8월 체포치상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들 사건과 관련해 판결 선고 직후 재판장에게 논란이 있을 만한 표현을 수정할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2016년 1월엔 프로야구 선수들의 도박 혐의 약식명령청구 사건과 관련해 정식재판으로 회부하려던 담당 판사에게 ‘주변 의견을 더 들어보라’고 요구하고 거짓 언론대응에 나서도록 했다.

재판부는 임 전 부장판사가 △가토 전 지국장 선고공판 구술내용 사전 요구 △민변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에 표현 수정 요청 △프로야구 선수 사건 의견 청취 요구에 대해선 재판관여행위라고 판단하며 “다소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는 수석부장판사였던 임 전 부장판사의 ‘월권행위’라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해당 재판부가 임 전 부장판사 요구 이후 합법적인 재판 절차를 거쳤다는 점을 근거로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임 전 부장판사의 관여는 인정하지 않았다.

또 “재판의 핵심 영역은 사법행정권 대상이 될 수 없다. 더욱이 임 전 부장판사의 경우 법원장 궐위나 법원장의 구체적 위임·지시를 받았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아 사법행정권을 갖고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평가했다.

◇1심 ‘위헌적 행위’→2심 ‘위헌 아니다’

임 전 부장판사는 판결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1심에 이어 제 행위로 재판권 행사가 방해된 적이 없다는 것이 밝혀져 다행”이라면서도 “저로 인해 불편함을 겪은 국민들께 심려를 끼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있는 임 전 부장판사는 이에 대한 입장을 묻자 “사법절차가 다 마무리된 상태가 아니어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사법부나 헌재에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또다시 검찰이 사법농단으로 기소한 법관이 무죄를 선고받음에 따라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사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법관 중 유죄 판결은 지난 3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유이하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른바 사법농단에서 일부 잘못된 관행이 분명 있었지만 검찰이 과도하게 전가의 보도처럼 ‘직권남용죄’ 적용을 남발했다”며 “법원 판결을 통해 검찰의 기소 남발이 입증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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